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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므강 Jul 26. 2023

#7 억습

억습

 아직 버릇이 되지 못해 억지라고 부르는 습관이 있다. 화장실 수납장을 비롯해 변기뚜껑과 문까지 보이는 대로 닫아버리는 짓. 집 화장실 문 정도는 대충 열어 놓아도 될 법했지만 이 짓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집착스럽게 매진하고 있다. 뭐든 갑작스러운 변화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틈만 나면 거실과 안방의 화장실을 오가며 거울 미닫이 수납장과 변기뚜껑, 문까지 닫아대자 아내가 정신없이 뭐 하는 거냐고 물었다.


"내가 어디서 봤는데 풍수학적 관점에서 화장실의 문이란 문은 무조건 다 닫아야 한대. 변기뚜껑이나 문을 열어두면 재물운이 다 빠져나간다더라."


 미신이라면 콧방귀 뀌던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는지는 모르겠다. 요즘 꿈에 집착하는 것도 그렇고 운을 변기뚜껑에 맡기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영상 하나를 보고 의미 없이 따라해봤었다. 풍수에서 얘기하는 화장실에 관한 영상이었다. 하도 장사가 안되니까 성질나서 기계처럼 해봤을 뿐이다. 그리고 어쨌든 화장실이니까 헤벌쭉 열어두기보다는 낫겠다 싶기도 했다.


 변기뚜껑 닫기 챌린지를 시작한 지 사흘인가 나흘째 되던 날이었다. 야간출근 전까지 아내와 함께 가게에 있는 동안 우리는 우주를 경험했다. 진공의 고요한 우주를. 거리도 가게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암흑의 우주에서 하루 반나절을 보냈다. 어쩜 그렇게 아무도 없을 수가 있을까. 4개월 차가 되도록, 시간이 갈수록 손님이 줄어들기만 하고 있었다. 결국 출근시간이 다 되도록 겨우 한두 명의 손님만 보고 오후 3시쯤 나는 집으로 올라왔다. 아내 앞에서는 무덤덤하게 굴었지만 집으로 올라오자마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성질이 날 정도로 좌절의 무한반복. 머리가 걱정에 빠져 허우적 대는 동안 다른 몸의 감각은 무의식의 상태가 되어 습관처럼 화장실의 수납장, 변기통, 문을 꽉 닫고 있었다. 그렇게 출근준비를 마쳤다.


"여보. 정말 이 동네는 모르겠어."


 가게 마감시간에 온 아내의 카톡. 오늘은 또 얼마나 처참한 매출로 끝맺었다고 하는 걸까. 한참을 읽지 못하다가 잠깐 쉬는 시간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카톡을 열어봤다. 아내의 메시지와 한 통의 사진에 깜짝 놀라버렸다. 한 달 반 만에 매장 최고 매출을 찍었다. 주말 하루종일 꾸준히 와도 그 정도 매출을 찍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오늘은 화요일이다. 평일 중에도 유난히 매장에 손님이 적은 날이 바로 화요일이었다.


"여보. 나도 정말 모르겠다."


 아내에게 카톡 답장을 보내고 회사 화장실 문을 꼭 닫고 나왔다. 출근을 위해 가게 일을 마치고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갔을 때 본 집의 모습이 떠올랐다. 눈치 없이 활짝 열린 문으로 나를 반겼던 화장실의 모습. 그래 까먹고 하루종일 네놈을 열어둬서 아무도 안 왔던 거야. 그 꼴이 뵈기 싫다며 괜히 성을 내며 문을 닫았던 출근 전 나의 모습을 자연스레 곱씹게 된다. 귀찮은 징크스가 생길까 억지로 만든 습관과는 관련 없다고 부정해보고 싶지만 사람의 심리가 그렇게 굳건하지 못하다는 걸 깨달았다.


'풍수 공부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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