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요가를 시작하고 어딘가에 글을 제대로 적어본 적은 처음이다. 무언가 글로 남길새 없이 그냥 몸으로 체화하기에 바빴다. 나름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글을 쓰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써야할지, 어떤 내용들을 먼저 담아내야할지, 어느 정도만큼의 이야기를 쏟아내야할지 그 어떤 것도 만족스럽지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시작하는 게 두려워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고 꼭꼭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것 같다.
처음이니만큼 요가에 대해 하고 싶은 말들은 정말 많지만,
나의 첫 스승님이 있는 요가원과의 만남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해볼까 한다.
27에 백수가 되고 그 시작길에서 친구(현재 나의 도반자) 권유로 동네 요가원을 갔다.
들어서자마자 훅 끼치는 나그참파의 향기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앞으로 벌어질 무언가가 굉장히 기대되는 느낌. 푸르른 미소와 건강함을 내보이며 밝게 인사하는 원장님, 한 구석에 놓여있는 둥근 테이블과 티팟, 그것을 데우고 있는 양초, 투명하고 작은 컵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앉을 수 있는 러그. 낯선 곳에서 익숙한 온기를 느낀 것이 얼마만이었는지. 그 어린 시절을 담은 따뜻함이 좋았다.
그리고 조금 더 안쪽에는 수련 공간 보였다. 어둑한 주황빛 조명 아래 베이지색 벽돌들로 채워진 벽, 마룻바닥처럼 삐걱이는 바닥, 그리고 얕게 깔린 인도 음악.
동굴에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어릴 적부터 장롱 속 깊숙한 곳에 숨어 옷들 뒤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순간을 사랑했다. 벽과 장롱 사이 좁은 공간에 몸을 끼우고 시큰한 적막 속에 눈을 감고 머무는 것을 좋아했다. 그 때마다 바깥으로부터 들려오던 또래 아이들 떠드는 소음, 가을 바람의 내음, 거실에서 전화기로 두런두런 대화하는 엄마 목소리.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생생하게 살아있게 만들었다. 그런 취향 덕에 어쩌면 이 동굴을 닮은 온화하고 사적인 요가원에 더욱 이끌렸을지도 모른다.
그래, 그게 시작이었다.
앞으로 생각지 못할 만큼 길게 펼쳐질 요가인생에서의 공식적인 첫 수련이 시작되었다.
선생님의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며 손과 발, 팔과 다리 하나하나씩 움직여갔다. 움직인다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 사실 그때만 해도 현대무용과 발레를 반년 가까이 배우고 있었다.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무용을 배울 때는 그 끝에 관해서 고민이 들었다.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있는 거지? 처음엔 단순히 즐거워서, 좋아서, 재밌어서 배운 건데, 자꾸만 하다보니까 이를 통해 최종으로 도달해야할 곳이 어디인지 의문이 들었다.
진지함과 심오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섬세한 힘들이 강하게 뻗어나가거나 응축되는 느낌. 의식이 바깥 세상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으로 모든 신경이 모이는 것만 같았다.
새로웠다.
그리고 재밌었다.
원래 유연성이 거의 없는 몸이었는데 직전까지 무용을 배우는 동안 악착같이 스트레칭을 해왔다. 회사에서는 틈틈이 창고나 화장실에서 다리를 위아래 좌우로 찢었다. 그 덕분인지 유연성이 어느 정도 길러졌고, 물론 근력도 조금 생겼고, 그래서 요가초보자치고는 좀더 수월하게 첫 수련에 임했을지도 모른다.
그래, 모든 게 맞아떨어져서 내 안으로 굴러들어왔다. 적당한 시기, 수중에 있던 돈, 마음의 여유, 요가에 대한 호기심, 위치, 인테리어, 동굴, 도반자, 그리고 나의 선생님.
그렇게 내 요가 인생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