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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성 Nov 29. 2021

연말모임

-죽지는 못한 것 같다.

어젠 죽은 친구가 찾아와 넌 너무 오래 살게 되었구나. 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 미안하게 되었어.   

   

오래전에 요절하자던 젊은 친구들끼리 모여 술을 마셨다. 우리 너무 오래 살고 있지 않아? 그러게. 난 정말 네가 일찍 죽을 줄 알았는데. 실망했니? 아니. 그건 아닌데....     


발이 축축했다.

장마여서 모두 발들이 젖어 있었다.      


그렇게 오래 살겠다고 한 얘는 금방 죽더라.

나도

나도.     


내 친구 한 명이 어제 죽었어. 뭐라더라. 급성 질환이라고 했어. 근데 걘 우리처럼 뭘 이뤄야 할 것이 없었어. 우리처럼 명작을 남기자. 이런 것도 없었고, 누군가 꿈꾸지도 않았어. 평범했어. 자극히 평범한 꿈을 꿨고 평범한 일들을 하고 싶어 했어. 예를 들면 나무 자르기. 가지로 엮어 만든 작은 집만들기 같은     


그게 평범한가.

우리가 평범한가.     


그냥 걘 평범해서, 일찍 세상에 필요 없어진 걸지도 몰라.

너무 평범하니까

하나 쯤 사라져도 모르는 거지.     


그럼 우리는 왜 이렇게

왜 이렇게 오래 살아 있는 걸까.     


그전엔 어떤 유령을 봤어. 어떤? 몰라. 사람 같은. 유령이 사람 같지 그럼. 뭐 다른게 있나. 아니 정말 사람 같았어. 둥둥 떠나니지도, 이상한 살기 같은 것도 없고 정말 사람처럼     


그럼에도 봤을 때.

사람이 맞나 싶은 

    

그런 묘한 감각. 그런게 걔한테는 있었어. 그래서? 그래서 따라갔어. 웅덩이. 깊은 웅덩이에 쑥 들어가더니 축축해져서 나왔어. 나도 쑥 들어갈려 했는데.     


너무 얕더라.

얕았어. 생이, 뭐든, 걔가? 내가?     

깊이가 얕았어. 너무 얕아서. 유령만 깊게 갔다 올 수 있는 문 같은 거였어.      


열렸니?

열진 못했지.     


우리 모두 발이 젖었고

축축한데     


아무도 죽어서 모임에 온 얘가 없구나.     


이상해.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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