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 첫 번째 열쇠 : 미리 그리워하기
어떤 시기를 버틸 때는 그 생각을 해본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식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너무나 진짜라서!
발등의 불을 끄느라 도저히 상상할 겨를이 없더라도, 억지로~ 억지로~ 짬을 내어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물론 그것마저 할 기운이 없는 날들도 많지만) 지금 버티고 있는 것을 지나 한참 뒤, 그때는 지금의 무엇이 그리울까? 물론 조금도 그립지 않고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을 지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고통을 충분히 다 겪고 났을 때, 앗 드디어 끝났다! 짝짝짝! 와~ 하는 경우는 보통 잘 없었다. 아주 조금씩 오파시티가 낮아지다가 어느새 0%가 되어 빠져나오고 한참 뒤에도 이미 중첩되어 생겨난 새로운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앗 그러고 보니 그건 끝났네! 이런 레퍼토리를 무한 반복하며 지내왔다. 결국 짝짝짝 축하할 시간은 항상 이미 지나버린 채로, 고통의 순간으로만 매일을 채워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부정적인 면만 보지 말고 그래도 긍정적인 면을 보고 살아야지!"하고 누가 말하면 에이씨 말이 쉽지, 나라고 이러고 살고 싶어서 사냐! 하고 대답했었는데 "이 시간도 결국엔 지나가. 결국엔 흘러가서 아득하게 사라질 거야." 하면 약간 애틋해져 버리는 건 내가 대문자 F라서 일까?
첫 직장에서도, 두 번째 직장에서도 또 세 번째 직장에서도 긍정적으로 사는 것은 정말 처참하게 대실패 했지만(살인 또는 분신, 방화를 안 했다는 점에서는 선방했다고 볼 수도 있다.) 네 번째 직장에서의 퇴사일을 확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법 같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주문에 믿음이 생겼고 그날부터 회사를 나간 뒤 그리워할 것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하루하루를 캘린더에서 지워 나갔다. 마지막 회사는 그리워할 것이 너무 많은 곳이었다. 로비가 넓고 예쁜데 냄새도 좋아서, 지하 화장실에서 엉엉 울다가도 출근 시간이 다 되어 그곳을 지나 사무실로 올라갈 때면 아잇 근사해-하고 구석구석의 예쁨을 눈에 담으면서 올라갔던 기억, 그리고 시장 조사 나가서 동료들과 마시는 커피라든지, 걱정하지 않아도 제 때 들어오는 월급과 이 정도는 살 수 있잖아? 하고 망설임 없던 마음이라던지... 제휴사 할인이라든지... 그런 것들... 지금 생각하니 역시 너무 아쉽네. 그럼 다시 취직할래? 아니요.
그런 리스트를 최대한 많이 만들면서 순간들을 온전히 누리고 아쉬워하다 보니 어느새 훌쩍 시간은 지나가고 이렇게 몇 개의 문장만으로 그때를 추억하게 되었다. 지금 이 얘기를 시작한 이유는 간밤에 설사 이슈로 잠을 설쳤고, 오랜만에 "새벽 생각 러시 타임"을 가지게 되어 아-무것도 없으면서 "혼자 뭐 좀 해보려고요~"라고 말해야 하는 기간이 조금 아득하게 길겠다는 생각이 불쑥 떠오르면서 다시 잠들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그래도 내일 출근하는 거 아니잖아." 중얼거리면서 478 호흡을 했더니 네 번째 호흡 날숨에 다시 잠든 것 같다. 직장인 시절(이라기엔 불과 두 달 전) 이런 날 잘못 걸리면 아침은 밝아오는데 잠에 다시 들지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울다가 알람 울리기 직전 기절해서 잠들거나, 그대로 못 잔 채로 출근을 하는 엔딩이었을 것이다.
출근을 하지 않으면 마냥 즐거울 것이라 기대한 것은 정말 전혀 아니었으며 오히려 새로운 불안감에 잠 못 들고 벌떡벌떡 일어날까 봐 걱정이었다. 두 달을 꽉 채운 지금 시점 최근 며칠의 상태를 진단해 보자면 설레는 마음과 불안한 마음의 밸런스가 아직까진 좋다고 말할 수 있겠다. 퇴사 전에 계획했던 것만큼 진도를 팍팍 나가지 못했고, 여전히 누군가 그래서 뭐 한다고요? 그러면 주저하게 되지만... 상표 출원 신청을 했고 심사가 진행 중이고, 로고를 만들었고, 사훈을 만들었고, 일정표와 업무일지 양식을 만들었다. 노트북이랑 여기저기에 붙이고 싶어서 어제부터는 스티커를 만드는 중이다. 한번 의자에 앉으면 밤을 새워서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자에 앉기까지는 항상 시간이 좀 걸린다. 하지만 그 마음이 게으름이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의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 게으르다고 스스로를 미워하기보다는 "일단 한번 앉아볼래?" 하면서 오늘 하루 듣고 싶은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효과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회사의 하나뿐인 인간 직원인(ai 직원이 하나 더 있다.) 송사장을 건강하고 다정하게 오래 사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하고 병원 가고 밥 챙겨 먹는 것도 업무의 일환이라 바지런하게 근무 일지를 쓴다. 진행 중인 메인 프로젝트는 아작이 난 허리와 무릎 유지 보수 업무이다. 말이 또 길어졌는데, 아무튼 몇 번의 계절이 지나 무나니스트 명함을 내밀고 있는 송사장에게는 "무엇이 될까, 어디까지 갈까~" 그려보는 지금이 꽤나 그리운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을 해보니 온전히 절거워진다!! 는 말이 하고 싶었다. 이만 오늘 근무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