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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 개복치 Sep 04. 2017

신흥종교 이불교

제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고요

'이불교'를 아시는지요?
충북 청주에서 포교되고 있는 신흥 종교라고 합니다. 제가 지어낸 건 아니고, '한국학중앙연구원'이란 곳에서 채집 기록한 내용입니다.

이런 데서 일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일본 드라마에서 보던 민속학자가 떠오르는데. 낡은 재킷 걸치고, 커다란 황토색 크로스백 들고 터벅터벅 시골 동네로 들어가서

"여기 이불을 숭배한다는 이불교가 있다기에 연구차 찾아왔습니다."
"아이고, 교수 양반이구먼유."
"교수는 아니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불과하지만..."
"어여 어여 들어오세요."

연구원을 반갑게 맞이해 방 한 칸을 내준 마을 사람들, 하지만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은 이불 속에서 고이 자던 연구원을 쳐...

이건 상상이고 여하튼. <충북신흥종교현주소>란 책을 쓴 박승휘씨에 따르면, 이불교는 굳이 따지면 기독교의 한 교파입니다. 기독교 교회의 집사였던 하석자씨가 영생교(그 무시무시한 영생교...) 집회를 다녀온 후, 생각한 바가 있어(무슨 생각을?) 창시했다고 합니다.

하석자 여사는 신자들이 성경과 찬송가를 가져오면, 이불을 펴놓고 그 속에 들어가 한 시간 이상 예배를 드리도록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소원도 이뤄진다고 하는군요.

신흥종교하면 떠올리는 무시무시한 일들!

은 전혀 없다고 합니다. 이불교는 다른 신흥종교에서 보이는 교주의 사악한 행위 같은 게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시골 마을 회관에 연료를 건네주는 등 아주 선량하게 활동하고 있다는군요.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교세는 매우 미약해 신도는 20여명. 흥덕구 정봉동으로 교세가 제한되어 있다고 합니다. '구'도 아닌 '동'이라니. 매우 미약하죠?

그나저나, 저 역시 주말이면 이불교 신자가 됩니다. 이불 속에 묻혀 팟캐스트를 듣거나 책을 읽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치 소원이 이뤄질 듯, 좋은 기분이 듭니다.

언젠가 긴 휴가 때 이불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고 있었다가, 집안 먹거리가 다 떨어져 대문 밖을 나섰더니 다리가 간질간질하더군요. 웬일인가 검색해봤더니 오래 안 쓰던 근육을 쓰면 그렇다고 하더군요. 세상에 미안한 마음이 잠시 들었지만, 또 뭐 어떻냐 싶어서 괜찮아졌습니다.

그나저나 월요일입니다. 빨리 퇴근해 이불 속에 복귀해야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시길.


이불 속으로... 풍덩


#주간개복치 #에세이 #이불교 #게으른게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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