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은 노동부 신고가 싫다 싫어
친구들에게 퇴사에 대해 이야기하니, 이런 질문들이 돌아왔다.
"그거 부당 해고? 그런 거 아니야? 노동분지 뭔지에 신고하면 되지 않아? 실업급여받을 수 있지 않아?"
우선은 '부당 해고'가 아니다. 대표는 나름 철저한 사람이라 부당 해고의 뉘앙스를 절대 풍기지 않았고, 나는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썼다.
결재를 계속 미뤘으니 '업무 방해' 아니냐고? 사실 그것도 모호하다. '업무 방해'란 의도적으로 업무를 방해해 결과적으로는 어떤 사건이 벌어져야 주장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내 경우, 의도적 방해는 맞으나 결국은 결재가 이루어졌기에 내가 당한 거라곤 직원들의 불평, 불만을 듣는 일? 정도. 그게 심적 스트레스가 되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직장 내 괴롭힘'이다. 그러나 앞서의 글에서 밝혔듯, 그 정도의 괴롭힘을 당한 사람인지라 이 정도는 괴롭다고 할 수준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쿨하게 사직서를 던졌다.
문제가 많은 회사에서 인사팀으로 일을 하다 보니, 노동부와 연락하고 대응할 일이 많았다. 계속해서 같은 담당 근로감독관이 배정되면 이제는 친근하게 인사를 주고받을 정도였다.(또 들어왔네요? 아, 그러네요. 거 참.. 감독관님도 바쁘시겠네요. 그쪽도 쉽지 않겠네요.)
그러면서 느낀 바, 우선 근로감독관은 신고한 근로자에 호의적이다. 처음 사건 때문에 전화가 오거나 연락을 취하면 회사 측에 상당히 냉정하고 딱딱하다. 그런데 결론을 까고 보면 이기는 확률은 6:4 정도인 것 같다. 근로자가 100퍼센트 이기지는 않는다. (이건 일반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도 그럴게.. 회사는 (특히 전 회사의 대표는) 이러한 사건을 최대한 좋게, 이기려고 한다. 그러니 거기에 투자를 많이 한다. 노무사 선임 비용 같은 건 그냥 쓴다. 잘은 모르겠지만, 만약 신고한 근로자가 이기면 계속해서 그런 신고자들이 나올 것을 두려워한 게 아닐까 싶다.
하여튼, 내가 부당하다고 느껴서 신고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럼 신고만 하면 끝인가?
아니. 신고한 주장에 맞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노동부에 한 번 출석해서 내 상황을 호소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회사 측 사람과 삼자대면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신고한다고 끝이 아니라 이런 준비 과정도 스스로 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이긴다고 치자. 그럼 노동부에서 회사로 이런 명령을 보낸다.
'해당 근로자에게 자필로 서명한 사과문 전달. (게시판에 사과문 공지) 혹은 벌금 500만 원'
벌금이 500이든 1000이든 그게 나한테 오는 건 아니니까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까 내가 이기더라도 받을 수 있는 건 사과문인데, 그게 뭐 대표가 내 앞에서 무릎 꿇고 하는 진정성 있는 사과도 아니다. 그냥 양식에 맞춰 누구 님께 사과드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어쩌고 하는 종이 마지막에 사인만 휘갈겨 쓴 거다.
내가 신고하는 데 쓴 시간, 에너지, 비용 등등을 이 사과문과 따져봤을 때 과연 신고를 하는 게 이득인가?
그 스트레스가 더 어마어마할 것 같다. 그래서 신고는 생각도 안 했다.
그리고 조금 작은 이유긴 하지만, 내가 퇴사하고 내 업무를 맡게 될 인사팀 후임들이 안타깝기도 했다.
나야 신고 한 번이지만, 그 한 번으로 얼마나 많은 일들을 감당하게 될지 너무나 잘 알기에.
친구들에게는 "귀찮아~"라고 이야기했지만, 내가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는 이런 사정들이 있었다.
언제나 부당한 일에 맞서는 건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 나는 어쩌면 그 책임을 지기 싫어 쿨한 척 외면한 것일지도 모르나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추신 ) 다만, 나의 인사팀 후임들에게 정산일을 하루라도 넘기면 바로 신고한다고 협박을 하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