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신고하고 싶다면 꼭 체크해 볼 3가지
인사팀에서 일하니 친구들이 이런 질문을 해올 때가 있다.
"대표가 X나 짜증 나게 하는데, 노동부에 신고하고 퇴사해도 됨?"
"우리 회사 ㅇㅇ대리가 나더러 이렇게 말하는데, 이거 직장 내 괴롭힘 아니야?"
물론 친구들은 농담이었지만, 누군가 내게 진지하게 묻는다면 나도 진지하게 한 번 더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회사를 신고하고 싶다면 그전에 꼭 체크해봐야 할 사항들이 있다.
'부당하다'는 단어에 감정을 끌어오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보았다. 물론, 그 개개인의 감정에는 공감하는 편이고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감정의 불편함이 신고하는 행위로 넘어간다면 '부당하다'에 개인적 감정은 배제하라고 말하고 싶다. 같은 일을 시켜도 누가 시키느냐에 따라 '부당하다' 혹은 '괜찮다'로 내 감정이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그러니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그게 '불법적'인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회사에서 해고를 통보한다거나,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징계조차 없이 바로 사직을 강요한다거나 성희롱, 성추행, 폭행 등으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거나 불법적인 업무 지시, 정당한 사유 없는 근무지 이동 등. 누가 봐도 명확히 '불법적'인 경우들.
누군가 어떤 말을 했는데 '뭐야, 짜증 나게 말하네? 이거 직장 내 괴롭힘 아니야?'는 부당함의 기준에서 조금 모호할 수 있다.
부당함을 당한 피해자가 증거까지 확보해야 한다니 조금 안타까울 수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서 반드시 증거가 있어야 한다. 만약 노동부에 신고하게 되면 담당 근로감독관이 신고자에게도 자료를 요청할 것이고, 회사 측에도 자료를 요청한다. 그 자료를 만들어 제출하는 일은 인사팀 혹은 법무팀이 담당한다. 인사팀 혹은 법무팀 내에 노무에 관련한 전문가가 없다면 외부 노무사를 선임한다. 내 경험을 들어보자면, 거의 90% 노무사를 선임했고 그 비용이 300이든 500이든 회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개인으로서는 부당한 일을 당한 근로자의 편에 서고 싶다. 나도 근로자니까. 그러나 인사팀으로서는 직무 특성상, 회사의 입장을 어느 정도 대변할 의무가 있다. 그게 회사가 나에게 맡긴 일이고 역할이니까. 그리고 일이 커지면 그만큼 일도 늘어나니 최대한 좋게 잘 해결하고 싶은 게 인사팀의 입장이다.
가끔 어떤 기업에서 성추행으로 인사팀에 고발했더니 오히려 피해자가 협박을 당했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인사팀에서 일하기 전에는 무조건 인사팀 욕부터 했다. 근데 인사팀에서 일해보니 이해 가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들을 두둔하는 건 아니다)
그들도 근로자라 어쩔 수 없이 행해야 하는 압력이 있었을 거라 나름대로 생각한다. 그러니 증거 없이 어떤 일을 하고자 하면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녹취, 사진, 영상 무엇이든 증거를 남겨놔야 한다. 부당한 일을 당했다면 순간의 감정은 잠시 밀어 두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침착하게 증거를 남겨야 한다. 만약 그런 게 없다면 카톡이나 메신저 등으로 당사자에게 사건내용을 세세하게 남기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회사 내부에서도 입막음할 수 없도록.
이런 경우가 있다. '나 어차피 퇴사할 건데, 마지막으로 엿이나 먹어봐라!'하고 노동부에 신고하고 퇴사하는 경우. 그러나 경험상, 동종업계로 이직할 예정이라면 특히나 그 업계의 바닥이 좁다면 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좋겠다.
모든 업계에서 일해본 건 아니라 내 경험밖에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내가 일했던 업계는 특히나 바닥이 좁아 소문이 빠르게 돌았다. 그러니 만약 엿이나 먹어봐라, 하고 노동부에 신고하고 퇴사를 했는데 동종업계로 이직한다면 이직하게 될 회사에 이미 소문이 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만약 그 회사의 인사팀이라 그런 면접자를 보게 된다면 확신을 가지며 뽑기 힘들 것 같다. 아주 뛰어난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동일한 경쟁자들이 많다면 굳이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사람을 뽑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 회사에서 홧김에 노동부에 신고를 진행한 분들이 있는데, 여전히 이직을 못하고 있다. 직무가 전문적인 분야라 이직할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인데 이미 그 바닥에 소문이 다 돌았다고 한다. 이직을 하지 못하는 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소문을 들어보니 영향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근로자의 권익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순간적인 감정적 판단으로 인해 커리어에 흠집이 생길 수도 있으니 이성적으로 이득을 따져봐야 한다. 위의 3가지를 모두 체크해 봐도 여전히 너무 억울하고 분하기 때문에 신고를 해야겠다면 하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 퉤!' 하고 잊어버리는 게 낫다.
부당함에 맞서는 건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결국 책임을 감당할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