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나도 귀찮다. 뭘 해 먹을까 고민돼서 냉장고 문을 한참 열고 있다가 결국 라면을 끓여 먹은 적도 많다. 그런데도 직접 장을 보고, 메뉴를 정해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한다. 누군가 내게 ‘왜 그렇게 집밥에 집착하느냐’고 묻는다면, 논리적으로 답하기 위해 나름대로 미리 답을 찾아봤다. (아직까지 아무도 이렇게 질문하지는 않았지만)
1. 돈이 적게 든다
이런 유튜브 영상을 봤다. 따져보면 1인 가구는 재료를 사서 만들어 먹는 것보다 그냥 한 끼 사 먹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요즘 물가가 워낙 비싸서 재료값도 만만치 않고, 많이 사서 결국 활용하지 못하고 버릴 바에야 배달시켜 먹는 게 싸게 먹힌다는 내용이었다. 영상에 달린 댓글 대부분이 거기에 동조하고 있었고, 집밥 마니아는 충격을 금치 못했는데...
우선 요즘 물가가 미친 수준이라는 건 인정한다. 시장에서 나름 저렴하게 산다고 해도 몇 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렇다고 배달 음식이 직접 해 먹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는 건 인정하기 힘들다. 아무리 재료를 소량 사도 1끼 이상을 만들 수 있는데, 동일한 금액으로 비교하면 집밥이 쌀 수밖에 없다. 집밥에는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으니까.
결국 활용하지 못하고 재료를 버리게 된다는 건,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하는 문제다. 보관이 힘든 재료를 샀거나, 집밥을 그만큼 잘해 먹지 않거나, 먹는 양이 극도로 적거나. 여기 하나 이상으로 해당할 확률이 높다. 만약 셋 다 해당한다면 솔직히 집밥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게 아니라면 장보기부터 계획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보관이 쉬운 재료를 고르고, 그 안에서도 활용도를 생각해 매우 철저하게 장보기 목록을 짜야한다.(재료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2. 살이 빠진다
원체 면을 포함한 밀가루 음식을 좋아한다. 먹고 싶은 건 먹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 아래 엉망진창으로 먹고, 여행도 다녀오고 하다 보니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다. 늘 날씬하게 살아온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숫자가 내 체중계에 찍혀도 되나?
다이어트를 하긴 해야겠는데,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먹보로서는 도저히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기 힘들었다. 샐러드에 닭가슴살? 생각만 해도 뻑뻑하고 속이 허한 기분이다. 그래서 1끼는 먹고 싶은 일반식을 먹고, 1끼는 클린식을 먹기로 정했다. (원래 하루 2끼를 먹는다)
일반식은 말 그대로 먹고 싶은 걸 다 먹었다. 치킨, 피자, 떡볶이, 칼국수 같은 다이어트와 거리가 먼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었다. 클린식은 내 기준에서 ‘깨끗한’ 음식이었는데, 이것도 그렇게 빡빡한 건 아니었다. 인스턴트가 아니고, 정제 탄수화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면 됐다. 한식 한 상이 될 때도 있고, 메밀 면을 중심으로 한 샐러드나 오일 파스타를 먹을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마녀수프나 샐러드를 주로 먹었는데 먹다 보니 질려서 한식이나 파스타 등으로 발을 조금씩 넓혔다.
이렇게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 먹는 음식은 줄어들었고, 신선한 재료로 직접 해 먹는 집밥의 비중이 높아지게 됐다. 일반식+클린식으로 정해둔 식단도 점점 경계가 흐려지면서 일반식으로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클린 했다거나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2달 정도 만에 8kg을 감량했다. (물론, 운동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이렇게 직접 내가 만들어 먹다 보니 간이 많이 심심해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덜 찾게 된 것이다. 음식의 자극적인 맛을 줄이니까 양도 덩달아 줄었다. 그래서 너무 짜거나 너무 단 바깥 음식을 먹으면 생각만큼 많이 먹지 못하는 체질로 바뀌었다. 지금은 또 여행과 명절의 여파로 체중이 다시 오른 상태고, 입맛도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해서 다시 집밥을 야무지게 챙겨 먹으려고 한다.
3. 나를 사랑하게 된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다.’ 이런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내가 먹는 것들이 내 세포 하나하나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 과학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매일 집밥을 건강하게 만들어 먹으며 운동하던 시기에는 땀을 흘려도 냄새가 안 났다. 지독한 여름에도 땀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땀이 그냥 물처럼 아무 냄새도 안 나는 게 신기해 계속 냄새를 맡곤 했다. (더럽...)
그만큼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 몸에 훨씬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살이 폭풍처럼 붙어서 예쁜 구석이 없는 몸이라면? 에라 모르겠다, 하며 인스턴트를 집어넣기보다는 직접 만든 건강하고 깨끗한 집밥을 선물해야 한다. 그렇게 섭취한 모든 영양소는 우리 몸에서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결국 내 몸을 지키고 가꾸는 건 내 몫이다. 누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서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우리가 화분에 씨앗을 심고 지극정성 물을 줘서 식물을 키우는 것처럼, 우리 몸에도 정성과 사랑으로 밥을 먹여야 한다. 매일 나를 먹이는 시간을 가지다 보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게 된다. 이렇게 귀한 나에게 나트륨, 지방덩어리를 먹일 수는 없다! 이렇게 귀여운 나에게 합성 첨가물은 말도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매일 집밥을 차릴 힘을 내게 되고, 그렇게 나는 나를 더 사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