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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무 Oct 27. 2024

라면보다 쉬운 파스타


친구가 집에 놀러 온다는데 간단하면서도 있어 보이는 요리를 하고 싶다?

혼자 먹는 밥은 왠지 처량해서 뭔가 그럴듯한 메뉴면 좋겠다?

라면 밖에 못 끓이는 똥손인데 요리다운 요리를 만들고 싶다?

잘 오셨습니다. 당신을 파스타의 세계로 초대하죠.      


파스타는 사실 면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는 과장이고, 최소한 올리브유와 마늘은 필요하다. 이렇게만 있다면 파스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알리오 에 올리오를 만들 수 있다. 이것만 만들 수 있다면 나머지는 재료의 활용이다. 솔직히 라면보다 간단하고 쉽다. 드는 공에 비해 있어 보이는(?) 요리로는 파스타를 따라올 자가 없다.      


가장 기본적인 파스타로 불리는 알리오 에 올리오는 말 그대로 마늘과 올리브 오일만 있으면 된다. 파스타 면은 대중적인 스파게티나 그보다 좀 더 납작한 링귀니도 잘 어울린다. 정해진 건 없기 때문에 펜네나 푸실리 같은 숏 파스타를 써도 무방하다. 페투치네 같은 납작한 면을 쓰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오일 소스가 그렇게까지 접착력이 있진 않아서 면과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이건 어쨌거나 개인 취향이기도 하고, 여러 번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면과 소스의 궁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면은 소금을 넉넉히 넣은 물에 포장지에 적힌 시간대로 삶아주면 된다. 나는 소스와 면을 결합시키는 과정을 오래 거치기 때문에 포장지에서 제안하는 시간보다 2분 정도 덜 삶는 편이다.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편으로 썬 마늘을 약불에서 천천히 익혀 기름에 마늘향이 잘 베도록 한다. 매콤한 게 좋다면 페페론치노를 조금 으깨 넣고, 없는데 맵게 먹고 싶다면 청양고추도 괜찮다. 다 삶아진 면을 넣고 면과 오일이 잘 비벼지도록 유화를 시켜주면 된다. 여기서 웍을 화려하게 착착 돌려 만테까레니, 에멀전이니 어려운 단어를 쓰지만 그냥 잘 비벼주면 된다는 뜻이다. 웍질이 안 되면 젓가락으로 계속 휘저어도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게 ‘면수’다. 파스타를 삶은 물인 면수는 바닷물 정도의 농도로 생각보다 짭짤해야 한다. 이 면수를 한 국자씩 추가하면서 유화를 시키는 게 포인트다. 면수는 면과 소스가 서로 잘 붙도록 중간에서 쿠션 역할을 하면서 간도 맞춰준다. 면수만으로 간이 다 맞으면 따로 소금을 더할 필요가 없다. 통후추를 그라인더에 살짝 갈아 향을 더해주면 끝!     


기본 알리오 에 올리오에 새우를 비롯한 냉동 해산물만 좀 넣어도 맛과 있어 보임을 향상시킬 수 있다. 마지막에 바질 페스토를 넣어 섞어주면 그냥 바질 페스토 파스타가 완성되고, 치즈를 좀 갈아 주면 멋이 그냥 그릇을 넘친다. 넣는 재료는 무궁무진하고, 다양한 재료를 추가해 보면서 나름대로 다른 맛을 즐겨보는 게 파스타의 매력이다. 여러 가지 재료로 이래 저래 만들어보고 나만의 파스타 레시피 하나쯤 가져보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는 어떤 남자가 "제가 대게 내장 파스타를 정말 기가 막히게 만드는데, 언제 한번 저희 집에 놀러 오시면 만들어 드릴게요."라고 한다면, 당장이라도 와인 한 병을 사들고 쳐들어갈(?) 용의가 있다. (거절은 거절, 네가 먼저 꼬셨잖아..)


팁) 알리오 에 올리오 마지막에 액젓을 반 티스푼 정도 둘러주면 감칠맛이 몇 배로 좋아진다. 

멸치액젓, 까나리 액젓, 참치액젓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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