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볼드모트 투쟁을 위한 마법사 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과 그 폐해
볼드모트에 의해 발발한 1차,2차 마법사 전쟁은 그것이 남긴 수많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마법사들로 하여금 위대한 연대와 투쟁의 역사를 간직할 수 있게 하였다. 알버스 덤블도어와 해리 포터를 중심으로 한 연대와 투쟁은 볼드모트를 축출하고 그의 지지자들을 대부분 처형하거나 사로잡는 것에 성공했다. 또한 관련 법령의 반포를 통해 평화의 제도화에 힘썼다. 하지만 분명 투쟁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이제 우리는 그 모든 긍정적인 변화들이 은폐하고 있는 지점을 포착하고 반면교사로 삼아, 더 나은 조직과 투쟁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에 ‘반-볼드모트 투쟁을 위한 마법사 위원회(이하 불사조기사단)’의 조직 및 운영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려 한다.
불사조기사단의 성격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의병대 내지 자경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의병이 등장하는 시기는 언제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당시 코넬리우스 퍼지 행정부가 보였던 배신에 가까운 실정과 루퍼스 스크림저 행정부의 무능력한 대처에 비하면 불사조기사단은 효과적으로 볼드모트와 죽음을 먹는 자들에 대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사조기사단은 몇 가지 측면에서 의병대나 자경단 수준을 넘어, 수장이었던 덤블도어의 사병으로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마법사회와 마법부 운영이 정치적으로 크게 후진적이라는 점에서, 사병의 존재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치적 후진성 외에도 해당 조직을 운영하고 확장함에 있어, 조직의 헤게모니가 1인에게 집중된다는 것은 여러 문제점을 야기한다.
불사조기사단이라는 작명에서도 알 수 있듯, 기사단에서 덤블도어가 가지는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덤블도어의 반려동물인 퍽스로부터 비롯되었을 이 기사단은 덤블도어 생전에는 그의 막강한 힘으로 지탱되었으며, 사후에도 덤블도어의 유훈에 따라 유지되는 모습을 보인다. 일종의 후계자로 지목된 해리포터는 덤블도어에 비해 역량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 일반 기사단원의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마법성취를 지니고 있지만 덤블도어의 총애와 함께 조직의 지도자 행세를 한다. 이를테면, 조직의 정보 공유와 임무 배분을 보자. 덤블도어를 정점으로 각 기사단원에게 배분되는 정보의 양과 종류는 서로 상이하며, 그에 따라 임무 배분이나 조직의 방향성 등은 전적으로 덤블도어에게 달려있다. 기사단원들은 세부적인 사안에 있어 일정 협의를 거치긴 하나, 그 역시 덤블도어의 전체 계획을 훼손시킬 수는 없다. 그 중 가장 핵심 계획인 호크룩스 파괴 계획에는 해리포터만이 참가하며, 해당 계획을 통한 자연스러운 승계 작업이 동반된다.
이는 덤블도어 사후 극히 비이성적인 조직 운영에서 그 폐단을 찾을 수 있다. 리무스 루핀이나 킹슬리 샤클볼트는 나름대로 기사단의 중역으로 누구보다 이성적인 시선을 견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리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를 믿어라.” 따위의 신념으로만 무장했다. 그들을 비롯한 기사단원들은 조직 행동을 모색하는 대신 학교도 마치지 않은 학도병에게 미래를 걸고 있었다. 물론 이 광기의 바탕에는 조직의 수장이었던 덤블도어의 유훈이 강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스무 명도 넘는 성인 마법사들이 조직의 앞길에 대한 토론 없이 선대의 유훈에만 매달리고 있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조직의 처참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말이 좋아 조직일 뿐, 덤블도어의 체스말이나 다름없던 나머지 기사단원들은 조직 운영에 있어 끝없는 무능을 보여준다.
또한 1인 체제는 조직 확장을 난망하게 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기사단에 입단하기 위한 암묵적인 조건 하나는 수장 덤블도어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것 혹은 친분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멜리아 본즈와 먼던구스를 비교해보자. 마법 법률 강제 집행부의 수장이었던 아멜리아 본즈는 강직한 마녀로 뛰어난 실력은 물론, 반-볼드모트 노선을 분명히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불사조기사단에 입단할 수 없었다. 그로 인해 기사단의 보호를 받지도 못했고, 볼드모트에게 직접 살해당한다. 반면 좀도둑이나 다름없는 먼던구스 플레처가 기사단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사기꾼을 감별하는 재능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덤블도어와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기사단원이 될 수 있었다. 단적인 비교로, 2차 마법사 전쟁이 열리던 호그와트 대전투에 모습조차 비추지 않은 플레처를 대신하여 아멜리아 본즈가 있었다면 희생자는 한 명이라도 더 줄어들었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폐단은 기사단의 승리로 미화되고 크게 지적된 적이 없다. 해리 포터와 그의 친구들은 조직이 완전히 찢겨나가기 직전에(물론 마법부는 스크림저의 죽음으로 이미 찢겨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 순간에 기사단원들은 팔자 좋게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가까스로 볼드모트를 멈춰세웠고, 역사는 승리한 자에 의해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력한 마법사를 멈춰세워야 하는 것이 고작해야 또다른 강력한 마법사라면, 마법사회가 나아갈 길은 선한 엘리트 마법사를 양성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일까? 언제고 등장할 수 있는 강력한 어둠의 마법으로부터 평범한 마법사들이 힘을 모아 마법사회가 체계적인 대응을 펼칠 수 있는 날은 오지 않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