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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Mar 31. 2023

홈쇼핑 욕설 논란을 보고 떠오른 이기적인 한 사람 -2

보조 PD가 아닌 메인 PD로서 방송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생긴 일입니다.


늦은 밤 스튜디오에서 여행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로망을 자극할 여행지 영상을 체크하고 쇼호스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곧 시작할 방송으로 인한 부담감을 억지로 떨쳐내고 있었습니다. 방송 시작까지 40분 정도 남은 시간,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제 방송의 전 방송 그러니까 현재 생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PD였습니다. 방송 중에 전화를 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데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금 방송 매출이 너무 안 좋아서 방송을 조기 종료하고 싶은데 MD랑 이야기해서 방송 좀 미리 받으면 어때?"


한마디로 본인 방송 매출이 안 좋으니 더 안 좋은 꼴 보기 전에 후배에게 떠넘기고 본인 방송을 종료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런 이기적인 생각하지 말고 본인 방송에 책임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괜한 충돌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여행 담당 MD에게 물어보는 보겠노라 답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MD는 그 말을 듣고 매우 분노했습니다. 무슨 이런 경우 없는 사람을 다 봤냐며 방송 중임에도 PD를 찾아가 따지겠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습니다. 저와 친분이 깊은 MD였지만 저에게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너도 알지만 여행은 다 업체들이 시간에 맞춰서 수수료 내고 들어와. 일방적으로 30분 가까이 방송시간을 늘려버리면 업체는 무슨 돈으로 그걸 메꾸니. 진짜 그 PD는 회사 시스템도 모르면서 무슨 방송을 한다는 거야? 계속 뭐라 그러면 내가 진짜 부서장 찾아가서 오늘 일 다 보고할 거야" 


MD를 겨우 진정시키고 PD에게는 MD와 업체가 상황이 곤란해져서 불가능하다고 점잖게 전달했습니다. 결국 방송은 끝까지 진행이 되었고 PD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민망한 부탁이었는지 본인 방송이 끝난 후 제가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부조정실에 슬쩍 들어와 들릴락 말락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평소에도 개인적인 것과 이기적인 것을 넘나드는 행동을 많이 보여주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여행 담당 MD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고 이후 여행 방송 수수료 구조에 대한 장문의 글을 써서 그 PD를 포함한 PD 조직 전체에 메일로 전달을 했습니다. 


놀랍게도 그 PD는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저에게 재차 같은 부탁을 했고 이번에는 MD가 상황 그대로를 부서장에게 보고하여 한동안 조직 간 소란이 일어난 후 상황이 수습되었습니다. 


홈쇼핑 게스트의 방송 중 욕설 논란을 지켜보다 문득 10여 년 전 해프닝에 가까웠지만 정말로 불쾌했던 일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고 본인의 시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타인의 행동이 있을 것입니다. 


뜬금없이 생방송 중 욕설을 한 쇼호스트, 본인의 매출만을 위해 타 방송을 희생시키고자 했던 PD.


적어도 제 눈에는 이해가 안 되고 안타깝기도 한 그런 일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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