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우리 두쫀쿠가 공중파에?

by 지크

그날도 전쟁 같은 점심시간이 지나고 매대 위 부스러기를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깔끔한 옷차림의 젊은 여성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 OO 방송국에서 나왔어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방송국? 내 머릿속 데이터베이스에서 방송국 방문은 대개 두 가지였다.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거나, 아니면 위생 상태나 바가지요금을 고발하는 소비자 프로거나. 혹시 우리 매장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니면 돈 내고 방송 타라는 광고인가?


어느 쪽이든 달갑지 않았다. 나는 손사래를 쳤다.


"저희 방송 안 나갑니다. 바빠서 촬영할 시간도 없어요. 죄송합니다"


"네네 여기 명함만 두고 갈게요. 한번 연락주세요"


그녀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듯 명함 한장만 남기고 사라졌다. 참 별일이 다 있다 생각하며 웃어 넘겼다.


그런데 이틀 뒤 그녀는 또 찾아왔다. 끈기가 대단했다.


"사장님, 걱정하시는 그런 이상한 프로 아니고요. 요즘 디저트 트렌드 취재 중인데 여기가 제일 핫하다고 해서 꼭 좀 담고 싶어서 그래요"


트렌드 취재라니. 듣고 보니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말만 그렇게 하고 재료 논란이니 가격 논란이니 그런 내용의 희생양이 될까봐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인터뷰는 어떠세요? 지금 가장 최전선에서 이 인기를 실감하고 계시잖아요"


"인터뷰는 좀.. 그냥 매장 풍경이랑 손님들 줄 서 있는 모습만 찍어가시면 안 될까요?"


그녀는 아쉬운 눈치였지만 알겠다며 내일 촬영하러 오겠다며 돌아갔다.


다음날 오전. 밀려드는 손님들을 정신없이 응대하면서 열심히 찍어가는 촬영팀을 볼 수있었다. 정신이 없었기도 했고 난생처음 겪는 이 상황이 너무 얼떨떨해서, 정작 제일 중요한 걸 묻지도 못했다.


"그래서 이거 무슨 프로그램이에요? 언제 나와요?"


바보같이 이 질문을 빼먹었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촬영팀이 철수한 뒤였다.


'에이, 뭐 대단한 프로겠어?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자료화면 1, 2 정도겠지'


나는 금세 잊어버리고 다시 두쫀쿠와 씨름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쯤 뒤, 매장이 발칵 뒤집혔다.


"사장님! 어제 뉴스 봤어요!"


"뉴스요..?"


"네네! 이 스티커 봤는데. 여기 맞죠?"


오픈하자마자 손님들이 너도나도 방송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핸드폰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 눈을 의심했다.


내 매장이 나오고 있는 곳은 정보 프로그램도, 케이블 맛집 프로도 아니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다 아는 아침 메인 뉴스였다.


"최근 백화점을 강타한 디저트 열풍, 그 중심에 두바이 쫀득 쿠키가 있습니다"


엄숙한 앵커의 목소리와 함께 우리 매장의 길게 늘어선 줄, 그리고 내가 땀 흘리며 진열하던 두쫀쿠가 클로즈업되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화면 속의 내 가게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까지 TV에 나오는 맛집들은 다 뒤로 돈을 좀 줘야 하는 줄 알았다. 브로커를 통해 몇백만 원을 내야 방송 한번 태워주는 그런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뉴스라니. 돈 한 푼 안 들이고 공중파 메인 뉴스에 우리 두쫀쿠가 진출하다니.


방송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안 그래도 부족한 물량에 방송 보고 찾아온 손님들까지 더해져 매장은 그야말로 북새통이 되었다.


"선배! 뉴스에서 두쫀쿠 봤어요! 만드는거 저 해보면 안되나요? 주말에 한번 불러주세요 제발요!"


예전 회사 후배도 반갑게 연락을 해왔다.


두쫀쿠 때문에 살다 살다 별 경험을 다 해본다. 돈 주고도 못 산다는 공중파 뉴스 출연. 우리 두쫀쿠, 이제 진짜 '귀하신 몸'이 다 되셨다.


나는 뉴스 화면을 캡처해 고이 저장하며 다짐했다.


이 귀하신 몸값 떨어지지 않게, 오늘도 피스타치오 구하러 더 열심히 뛰어다녀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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