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권력을 쌓아두고 팔고 있습니다

by 지크

두쫀쿠의 열풍 속에 웃지 못할 여러 헤프닝이 일어난다.


특히 원재료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인기 있던 두쫀쿠가 더 귀한 몸이 되었다. 보통 3시정도면 준비한 물량이 다 소진되고 품절 안내판을 세우는데 그때부터 매장은 애절한 드라마 촬영장이 된다.


"사장님. 제가 지방사는데 오늘 3시간 걸려서 왔거든요.. 진짜 딱 하나만 더 없나요?"


"임신한 아내가 너무 먹고 싶어하는데 어떻게 안될까요? 내일 판매하실거 빼둔거 없으세요?"


"우리 애가 먹고 싶어서 매일 울어요.. 이거 아니면 안먹는데요.. 나는 뭔지도 모르고 1시간을 서있었는데.."


처음에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없을까 고민했는데 하루에만 아내가 임신했다는 남편을 20명 만나는 등 매일매일 애절한(?) 사연을 듣다보니 무던해져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어느날 폐점 시간이 다되어서 마감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학생 한명이 조심스레 다가왔다.


"다 팔린거죠? 하나도 없나요?"


"네 죄송합니다 매진입니다"


늘 하던대로 매진 안내를 하는데 학생이 꼬깃꼬깃 접은 만원을 내밀며 말했다.


"저는 안 먹어도 괜찮은데요.. 유행이라고는 하나도 모르고 일만 하는 엄마가 어제부터 이야기를 해서..꼭 맛보여드리고 싶은데.. 잔돈도 필요 없고 상태도 상관 없는데 딱 하나만 구할 수 없을까요?"


흔한 절절한 에피소드일 수 있지만 평생 재미있는 것, 좋은 것 모르고 일만 하며 나를 키운 엄마가 생각났다.


"터진 거나 깨진 거라도 없나요? 모양 망가져서 못 파는 것도 괜찮아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B급 상품은 전량 폐기하거나 직원들이 나눠 먹는 것이 원칙이다. 이날도 배송 과정에서 케이스가 구겨지거나 깨져서 빼둔 두쫀쿠가 두개 있었다.


"케이스가 깨진 것이 있는데 그것도 괜찮으세요? 품질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내 말에 학생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조용히 학생의 손에 두쫀쿠 두개를 쥐어주었다.


"돈은 안 받겠습니다, 비밀로 해주세요"


한정된 수량 탓에 1인당 2개 구매 제한이라는 강수를 두니 색다른 일들이 벌어졌다.


마스크를 쓴 중년 여성이 두 개를 사갔다. 그리고 30분 뒤, 모자를 푹 눌러쓴 동일인이 다시 줄을 섰다. 다시 1시간 뒤, 이번에는 안경을 쓰고 나타났다. 그리고는 점심시간이 끝날때쯤 점퍼를 벗고 티셔츠 차림으로 다시 나타났다.


굳이 변장까지 할 필요 없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모른 척 결제를 했다. 그 정성과 열정에 혀를 내둘렀다. 그분이 받아 든 총 8개의 두쫀쿠는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끈기가 만들어낸 전리품이었다.


또 1인당 2개라는 제한에 여러가지 참신한 이야기들도 속출했다.


"아이 아빠가 화장실을 갔는데.."


"엄마가 방금까지 같이 있다가 잠깐 나갔어요"


"애가 푸드코트 자리를 맡고 있는데 어떻게 와요"


"혹시 태아도 쳐주시나요?"


우리 상품이 뭐라고 이렇게 사랑해주는게 황송할 따름이었지만 규정상 눈물을 머금고 모두 안된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루는 베레모를 쓴 앳된 군인이 여자친구와 줄 중간에서 초조하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눈에 띄게 줄어든 매대 위 수량을 보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대충 계산해보니 그의 앞쪽에서 마지막 두쫀쿠가가 팔리고 매진이 될 것 같았다.


잠시 고민을 했다.


괜히 또 나대다가 원성을 들을짓 하지말자.

못사는 사람이 한둘인가. 괜히 꼬투리 잡히지 말자.


하지만 내 몸은 마음과 다르게 멋대로 이미 움직였고 나는 어느새 두쫀쿠 2개를 포장해서 줄 한가운데 있는 군인 앞에 서있었다.


"나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저희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군인과 여자친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안이 벙벙한듯 내가 건네는 두쫀쿠를 받아들었다.

그 순간, 백화점 식품관이 떠나갈 듯한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순식간에 주변의 모든 시선이 우리 매장으로 쏠렸다. 군인과 여자친구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도망치듯 사라지며 속삭였다.


"드디어 권력을 얻었어..!"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와 동시에 줄을 서있던 고객들의 반응을 민감하게 살폈다. 감사하게도 그 누구도 왜 특별대우 해주냐는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어쩌다 시작한 일이 이렇게 사랑을 받을 줄 몰랐고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내 상품을 이렇게 사람들이 간절히 원할 일은 다시는 없겠지만 그 덕분에 매일매일 바쁘지만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그 권력 조금만 더 오래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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