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대체 어떻게 알고 사는걸까??

by 지크

백화점 팝업 스토어의 불패 신화. 매일 '완판'이라는 달콤한 단어. 겉으로 보기에 우리는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이 꺼지고 정산서를 마주하는 순간, 현실은 차가운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로 변한다.


"매출은 역대급인데, 왜 통장에 남는 건 이거뿐이지?"


백화점의 유동인구와 환경을 사용하는 대가인 수수료는 우리 수익의 상당 부분을 떼어갔고, 몰려드는 인파를 감당하기 위해 투입한 아르바이트생들의 인건비는 무서울 정도로 치솟았다. '많이 팔수록 남는 게 없다'는 자영업자의 딜레마. 우리는 그 늪에 빠져 있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낮은 수수료로 우리의 마진을 챙길 수 있는 곳. 그리고 24시간 우리 브랜드만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곳. 답은 쇼핑몰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자사몰이 사실상 폐가나 다름없었다는 점이다. 백화점 물량 맞추느라 정신이 팔려 1년 가까이 방치해 둔 상태였다. 거미줄만 안 쳤다 뿐이지, 방문자 수 0명에 수렴하는 그곳에서 판매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예전에 들어온 문의 답도 안했네..고객이 엄청 화났는데..?"


"발송 지연으로 페널티 먹은 상황이네. 주의 상태야"


다시 열어본 자사몰 상태는 정말 처참했다. 조금만 더 방치했으면 운영 중지 조치를 당할 수준이었다.

여기 우리 두쫀쿠를 올린다고 판매가 될까?


"그냥... 밑져야 본전이니까 한번 열어나 보자"


기대감이 없으니 준비도 대충이었다. 화려한 디자인? 감성적인 카피? 그런 건 사치였다. 핸드폰으로 대충 찍은 사진 한 장 올리고, 텍스트 몇 줄 적은 게 전부였다. '두바이 쫀득 쿠키 온라인 판매 시작합니다' 이 무미건조한 한 문장이 상세페이지의 전부였다.


재고는 소심하게 50개를 걸어두었다.


"이게 팔리겠어?"


"50개면 한달 치 아니야?"


동료들과 쓴웃음을 지으며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한 시간 뒤, 사무실로 돌아와 무심코 모니터를 켠 우리는 눈을 의심했다.


[재고 수량: 0]


"야, 이거 시스템 오류 아니야? 누가 서버 건드렸어?"


"엥 이거 다 결제된건데?"


고작 한 시간. 김치찌개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온 그 사이에 50개가 증발했다. 광고 한 번 돌린 적 없고, 어디 홍보한 적도 없는데 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서 냄새를 맡고 찾아온 걸까? 우리는 귀신에 홀린 듯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봤다.


"우연이겠지..?"


다음 날 오전, 다시 반신반의하며 재고 50개를 열었다. 결과는 똑같았다. 이번엔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완판.


그제야 깨달았다. 백화점 줄 서기에 지친 고객들이, 멀어서 오지 못했던 지방의 팬들이, 우리가 온라인 문을 열기만을 하이에나처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방치해 둔 자사몰은 폐가가 아니라, 마그마가 끓고 있는 휴화산이었다.


사무실은 그날부로 물류 창고가 되었다. 책상은 박스 테이프와 완충재로 뒤덮였고, 고요하던 사무실엔 하루 종일 송장 출력기 소리만 울려 퍼졌다.


난데없이 밤 늦게까지 택배를 포장하면서 온 몸이 뻐근했지만 온전히 우리의 것이 된 이 매출이 주는 짜릿함은 컸다.


그리고 화려한 상세페이지 하나 없이 오직 '맛' 하나만 믿고 구매 버튼을 눌러준 고객들의 신뢰가 너무나 고마웠다.


우리는 그렇게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바다로 강제 진출 당했다.

준비된 계획? 완벽한 마케팅? 그런 건 없었다.


그저 알아봐 준 고객들이 있었을 뿐.


오늘도 우리 사무실은 박스 테이프 뜯는 소리로 시끄럽다.


가장 듣기 좋은, 행복한 소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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