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데 나 오늘 못 나갈 것 같아. 독감이 심해서 도저히...”
전화를 끊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고객들이 빠른 배송을 원하는만큼 큰 마음을 먹고 물류회사와 계약을 했다. 그 덕에 주문한 고객은 다음날 두쫀쿠를 받아볼 수 있었고 덕분에 후기도 더욱 좋아졌다.
다만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물류회사 위탁 대신 하루 100건 정도는 직접 포장해왔던 터였다. 그런데 하필 오늘, 평소보다 물량이 많은 150건의 송장이 뽑혀 나온 날에 동료가 쓰러진 것이다.
150건. 혼자 하기엔 애매하지만, 6시 택배 마감 전까지 끝내지 못하면 고객과의 약속은 깨진다. 다급히 구인 사이트에 공고를 올렸다.
'단기 포장 알바 급구'
그리고 10분 만에 연락이 왔다. 급히 읽어본 이력서에 쇼핑몰 포장 작업 경험 다수라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최대한 빠르게 오실 수 있나요?"
"네? 지금 바로요? 알겠습니다!"
도착한 알바생은 앳된 얼굴의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앞치마를 두르는 손길부터가 달랐다.
그녀는 묻지도 않았는데 박스를 착착 접어 각을 잡더니 두쫀쿠를 빠르게 담아내기 시작했다.
"사장님 여기 동선을 이렇게 하면 더 빠르게 할 수 있어요"
"순서를 이거 먼저 하시면 훨씬 편해요"
내 포장 작업을 한번 본 그녀는 효율적인 동선부터 포장 요령까지 진두지휘를 했고 나는 홀린듯이 그녀를 따라했다.
"와, 진짜 빠르시네요. 숙련자 맞으시죠?"
"에이 사장님, 이 정도는 기본이죠. 테이프 소리 끊기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속도가 생명이에요!"
경쾌한 테이핑 소리가 창고를 채웠다. 둘이서 열심히 작업한 덕분에 불가능해 보였던 150개의 박스는 마감 시간인 6시가 되기 전에 완벽하게 쌓였다.
안도감과 고마움이 교차했다. 나는 알바생의 손에 두쫀쿠 한 상자를 쥐여 보냈다.
"고생 많았어요. 이거 진짜 맛있으니까 가족분들하고 꼭 같이 먹어봐요"
다음 날 그녀에게서 뜻밖의 문자가 왔다.
[사장님, 어제 정말 즐거웠어요! 그런데 저희 아빠가 선물 주신 두쫀쿠 드셔보시고는 완전히 반하셨어요. 아빠가 MCN(크리에이터 소속사) 운영하시는데, 이거 정말 가능성 있는 브랜드라고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대요]
처음엔 예의상 하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 뒤 사무실로 찾아온 아버님, 아니 MCN 대표님은 인상부터가 남달랐다. 부드러운 미소 뒤에 느껴지는 프로의 아우라. 그는 두쫀쿠를 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아직 두쫀쿠 인기가 여전한듯 합니다만 홍보가 동반되어야 더 길게 갈 수 있어요. 우리 소속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판매까지 연결해 보고 싶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걱정을 내비쳤다.
"제안은 정말 감사하지만 저희가 규모가 작아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가..."
대표님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걱정 마세요. 일단 수수료는 최저로 하시고 제작비도 받지 않겠습니다. 또 저희는 수익금의 10%를 구세군에 기부하고 있어요. 좋은 제품을 알리고 그 수익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거죠. 우리 크리에이터들도 기꺼이 동참할 겁니다."
만약 그날 물량이 150건이 아니었다면, 동료가 아프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포장 천재' 알바생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두쫀쿠는 어떤 길을 걷고 있었을까.
사업의 묘미는 예상치 못한 인연과의 만남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