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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Jan 08. 2023

한국에서 라이브커머스가 어려운 이유 -1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 업계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고 이 업계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자주 나눕니다. 

플랫폼 담당자부터 쇼호스트까지 공통된 고민이 바로 '한국에서 라이브커머스가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입니다.

몇 년 전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커머스가 전반적으로 크게 성장을 했고 실험 성격이 강했던 라이브커머스가 주목을 받으며 한번 붐을 맞이한 것은 맞습니다. 어딜 가나 라이브커머스 이야기였고 어느 회사나 라이브커머스 조직을 만들거나 시도를 해보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몇 년이 지난 현재 라이브커머스 업계는 어떨까요.

라이브커머스를 주력으로 했던 많은 회사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고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중단했다. 업계를 다 뒤져봐도 라이브커머스 하나로 먹고사는 회사를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극히 일부 회사가 플랫폼의 힘이나 진행자의 힘으로 겨우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때 커머스의 미래라고 불리던 라이브커머스가 현재 이런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옆 중국에서는 그렇게 흥하고 있다는 라이브커머스가 유독 한국에서 힘을 못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홈쇼핑과의 차별화 실패입니다. 


라이브커머스는 모바일 버전 홈쇼핑이라는 초기 설정을 떨쳐내지 못해 홈쇼핑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왔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개그 프로그램 소재로 쓰일 만큼 희화화되고 지금도 각종 뉴스 댓글에 부정적 내용이 많은 홈쇼핑의 형식을 그대로 차용함으로써 특히 모바일을 빠르게 활용하는, 홈쇼핑의 부정적 이미지를 목도한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방송마저 홈쇼핑만큼 정교하지 못하니 시청자들의 지갑을 열만큼 매력적인 커머스 채널이 되지 못했습니다. 


또한 자녀가 있는 50대 주부가 주타깃인 홈쇼핑의 판매 방식과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시청자들과의 소통이라던지 상품의 종류에서는 약간의 차별성이 느껴지지만 홈쇼핑과 다를 바 없는 스튜디오 세팅은 물론이고 쇼호스트가 등장해 상품의 좋은 점과 구성을 강조하며 판매하는 홈쇼핑과 다를 바 없는 방송 형식, 결국 많이 주고 싸게 파는 상품의 힘에 의존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모바일로 만날 수 있었던 젊은 시청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다른 타깃들에게 어필을 하지 못했습니다.


라이브커머스가 처음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이유는 홈쇼핑보다 방송 제작이 간소해짐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제조사들이 낮은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홈쇼핑 방송에 관심이 있지만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기 힘든 제조사들도 부담 없이 참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고 실제 초창기에는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라이브커머스가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수많은 라이브커머스 방송이 테스트라는 명목으로 진행되었고 홈쇼핑 방송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출을 아주 빈번하게 기록하면서 제조사들이 오히려 다시 홈쇼핑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전개되었습니다. 또 라이브커머스 방송의 차별화를 단지 퀄리티 쪽에서 찾으려는 제작회사들과 흐름을 타려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들의 고수수료 정책으로 제작비가 치솟게 되어 홈쇼핑과 비교해 제조사가 부담하는 수수료가 월등히 낮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습니다.


야심 차게 시작한 라이브커머스 산업은 홈쇼핑과의 차별화 실패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한국 구조적인 측면에서 라이브커머스가 고전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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