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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Feb 05. 2023

한국에서 라이브커머스가 어려운 이유 -2

지난 글에서 한국에서 라이브커머스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홈쇼핑과의 차별화 실패'를 집중적으로 다루어 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외 '제가 생각하는' 나머지 요인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라이브커머스가 잘 성장할 수 있는 전제조건인 IT강국이자 배달강국인 한국이지만 이것들이 필요 이상으로 발달해버린 탓에 오히려 라이브커머스만의 장점이 없어졌습니다. 

지형적인 이점과 뭐든 빠르게 하고 싶은 한국 특유의 정서에 힘입어 해외에서 놀랄 만큼 우리나라의 IT 환경과 배달 서비스는 발달했고 소비자들, 특히 라이브커머스의 타깃이 될만한 젊은 세대들은 이것들을 소비하는데 도가 튼 소비자들입니다. 이들은 활발하게 정보를 검색하거나 더 좋은 혜택으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귀신같이 찾습니다. 

홈쇼핑과 같은 맥락으로 라이브커머스는 상품에 대한 설명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친절하게 제공합니다. 소비자들이 매장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편안하게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어필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홈쇼핑 포맷이지만 타겟층이 매우 젊어지다 보니 이런 장점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라이브커머스가 구애하는 타겟층은 관심 있는 상품이 생기면 방송 시간까지 기다리지 않습니다. 블로그는 물론 유튜브 등으로 상품에 대한 정보는 물론 최저가 검색, 최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첫 구매 등)을 찾아냅니다. 만약 라이브커머스 방송 혜택이 최고라면 방송에 들어와 상품만 구매하고 미련 없이 나가버립니다. 대부분의 방송이 최소 매출 확보조차 어려운 적은 시청자들을 상대로 목놓아 구매를 설득하고 있고 특히 실무자들은 알 것입니다. 방송 후 데이터에서 평균 시청시간이 얼마나 처참한지. 

게다가 배달 서비스에 극한을 맛본 소비자들이 방송시간은 커녕 구매 후 배송이 되는 그 시간을 기다려줄 리 만무합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 지금 라이브커머스에서 판매하는 밀키트를 사서 배송을 기다리겠는가 아니면 배달의 민족을 켜서  30분 안에 맛있는 음식을 먹겠는가 선택하라면 당연히 후자일 것입니다.


 라이브커머스의 성공사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중국 사례입니다. 수십조 원 규모로 커진 왕홍을 활용한 라이브커머스를 보며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며 연예인들을 진행자로 섭외한다던가 유튜버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을 고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제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런 것들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익을 좀 나누더라도 진행자들의 팬들을 끌어와서 방송도 보게 하고 구매까지 유도하자는 건데 인구의 차이에서 오는 팬의 볼륨이 우리나라와 중국은 차원이 다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전환율을 고려해서 매출을 올리기 위한 최소 시청자 수라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왕홍들의 방송에 백만 명은 들어오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시청자가 많았다 하는 방송들이 대부분 만 명 단위인 것을 고려하면, 게다가 라이브커머스 상품들이 차별화를 위해 저단가에 몰려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수익을 내기 정말 어려운 구조인 것 입니다. 

또한 타 나라의 영상 및 쇼핑몰 플랫폼에 폐쇄적인 중국의 특성상 본인들의 한정된 플랫폼 내에서 마음껏 그 파이를 키워나가고 있는 것도 우리와의 차이입니다.

더불어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의 연예인들이 이미지 소비를 꺼려하고 대중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문화에서 왕홍들이 그 빈틈을 파고든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쇼핑에서만큼은 맹목적으로 누구를 믿기보다 꾸준히 스스로 공부하고 비교해 보고 결정하기를 원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상 이 왕홍 커머스가 그대로 접목되기 어렵습니다.


운명적으로 커머스 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홈쇼핑 PD라는 유니크한 업무를 즐겁게 수행했습니다. 우연히 라이브커머스를 만나고 난 후 그 특유의 소통과 날 것의 느낌이 좋아 꾸준히 연구하고 어떻게 하면 라이브커머스가 대한민국 커머스의 한 축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도 밝혔지만 점점 라이브커머스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커머스 방식의 소멸 단계인지 아니면 끝까지 버틴 소수의 회사가 열매를 독식하게 되는 과정일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홈쇼핑과 차별화될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의 특성을 찾을 수 있다면 저는 이 산업이 그리 쉽사리 사라질 형태는 아니라고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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