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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Mar 25. 2023

퇴사 결심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

오래 다니던 홈쇼핑 회사에서 퇴사를 하고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영역인 라이브커머스 업계에 몸 담다 보니 예전 동료들의 연락을 종종 받습니다. 안부를 묻기도 하고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이 잘되기를 응원해주기도 합니다. 아직 이직을 경험하지 못한 후배들은 은근히 퇴사나 이직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퇴사 후 명확한 플랜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을 합니다. 불확실한 제안이나 플랜만 믿고 퇴사하면 얼마나 추운 사회가 기다리고 있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친분이 있던 쇼호스트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이런저런 안부를 묻던 중 불쑥 그녀는 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얼마 전 재계약 시즌이었는데요, 세상에. 출연료를 동결한다네요. 너무너무 실망했어요"


그러면서 같이 방송하는 협력사들에게 좋은 자리 마련해 줄 테니 미련 없이 나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적어도 같이 일 해봤을 때 방송을 잘하는 편이었고 회사에서도 차기 주력 쇼호스트로 삼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익히 들었기에 지금 바로 퇴사를 결정하는 건 좀 성급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결심을 굳혔는지 그녀는 제 말에는 아랑곳 않고 요즘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어떤지 쇼호스트들의 퀄리티는 어떤지 쉴 새 없이 물어왔습니다.


정말 잘 되었으면 하는 동료 중 한 명이었기에 현재 라이브커머스 상황에 대해 오랜 시간을 들여 설명해주었고 그렇게 긴 통화는 끝이 났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결국 퇴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더불어 러브콜을 보낸 많은 협력사들이 잠잠하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드물게 이야기가 오가는 협력사와는 홈쇼핑 방송 내 롤이나 출연료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캐스팅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얼마 전 장문의 메시지가 왔습니다. 메이저 홈쇼핑사의 쇼호스트로 활동할 때는 너무 많은 선택지가 보였고 너무 많은 오퍼가 있었는데 막상 퇴사를 하고 나니 그런 것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며 명확하게 다음 단계를 정해두지 않고 퇴사한 것이 후회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 역시 홈쇼핑 회사 재직 시절 꽤 많은 말로 오가는 수준의 오퍼를 받았습니다. 때로는 그런 것들을 믿고 실제로 이직을 해볼까 고민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직 후 회사에 실망하여 재이직을 시도할 때 이런 제안들이 쏙 들어가는 것을 보고 사교 수준의 구두 오퍼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지금도 가끔 취업시장을 살펴봅니다. 이미 완연한 봄인데 취업시장은 마치 한겨울같이 꽁꽁 얼어있습니다. 이 추위가 언제 풀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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