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내신랑 천일동안 님이 일하러 가는 시간에 같이 일어나는데도
하루가 왜 이렇게 짧은지 모르겠습니다.
내신랑이 집에 돌아올 무렵에 보면
뭘 했는지 표나는 건 하나도 없는데
저는 SNS도 잘 못 들여다볼 만큼 바빴고
그래서 피곤하다는...;;
그 와중에
토종 종자로 농사지으시는 분이 배추 나눔을 하신다기에
덜컥 주십사 해버렸죠.
작년에 여기저기서 주신 김장 김치가 아직 남아서
김장 담을 생각은 없고
갓 담은 김치가 먹고 싶긴 한데
읍내 마트에 가도 왠지 배추에 손이 안 가던 차여서
얼른 주십사 했지요.
자연재배하신 토종 개성 배추와 구억 배추를 받고
이 귀한 것을 시들게 할 수는 없다고
서둘러 김치를 담았습니다.
저와 달리
바른 먹을거리고 뭣이고 각시 힘들지 않는 게 더 중요한 내신랑은
진작부터 김치를 사자고 했던 터라
제가 김치 담느라 힘들다고 했더니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ㅎㅎ
김치도 몇 번 안 담아봤고 손도 느려서
겨우 저 양으로 김치 담는 걸
누가 봤으면 한 100포기 김장은 하는 줄 알았을 겁니다.
저녁 식사 시간을 넘겨가며 김치 담고
정작 밥상엔 이웃 마을 친구가 가져온 김장 김치와 햄.
내가 이러려고 김치 담았나 자괴감이 들...지는 않고 ㅎㅎ
제 한계를 쿨하게 인정하며
즐겁게 햄을 구웠죠.
어릴 때는 욕심이 많아서
체력 약하게 태어난 게 그렇게 싫고
부모님도 원망스럽고
나 자신도 싫고... 그랬는데
그래봐야 나만 괴롭더라구요.
남보다 부족한 대로 생긴 대로
스스로를 인정해주며 사니
과한 기대 안 받아도 되고
아등바등 안 해도 되고
각시 힘든 꼴 못 보는 남편도 만나고...
더 편하게 살아지더라구요.^^
결론은
김장도 아니고 김치를 좀 담았을 뿐인데
피곤해 죽을 지경이라 얼른 자야겠다는 얘기입니다. ㅎㅎ
모두들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