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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니 Mar 12. 2018

조립식 주택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철골 뼈대.

조립식 패널(판넬)이 건축자재로 처음 쓰일 무렵에 

건축공사 현장에서 기초 골조 없이 판넬끼리만 조립해서 

공사기간 동안 임시 사무실로 쓰곤 했대요. 


그걸 보니 쉽고 저렴하니까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서 창고 같은 걸 지었는데 

이게 강한 바람이 불면 쓰러져 버려서 

판넬은 건축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생겨버렸다네요. 


근데 실제 건축에 사용할 때는 

철 골조를 세우고 판넬을 끼우기 때문에 허술하지 않아요.^^ 



건축할 때 도면이 두 가지인 거 얘기했던가요? 

건축사 사무실에서는 허가용 도면을 그리고 

시공하는 사람들은 그걸 토대로 시공 도면을 따로 그립니다. 


실제 쓰이는 자재, 

상, 하수의 흐름과 사용자의 동선을 고려한 수도나 변기 등의 배치, 

가구와 전등기구 사용을 위한 콘센트의 위치와 개수 등등... 


시공자와 건축주가 꼼꼼하게 의논해서 시공도면을 그리고 

그에 맞춰 시공해야 

나중에 하자나 불편이 발생할 위험이 줄어듭니다. 


근데 시골엔 시공 도면 없이 주먹구구로 집 짓는 업자도 많다는...;; 




저희는 내신랑 천일동안 님이 시공도면을 먼저 그려 

건축사가 그걸 토대로 허가 도면을 그린 흔하지 않은 경우였죠.^^ 


일반적으로 

2층 이상이면 빔을 사용하지만 

단층은 경량 철골 즉, C 형강이나 각 파이프를 사용합니다. 



기초 공사할 때 미리 박아둔 베이스판에 각 파이프 기둥을 용접하고 

나머지 철골들도 용접합니다. 


저희는 C 형강 없이 각 파이프로만 시공했어요.



지붕이 사선이기 때문에 

지붕 철골과 벽 철골이 만나는 부분도 사선인데 

내신랑은 저 부분을 도면 대로 

각도를 줘서 딱 만나도록 잘라 용접했습니다. 



지붕뿐 아니라 철골이 사선으로 만나는 부분은 

모두 철골을 사선으로 잘라서 깔끔하고 튼튼하게 용접했죠. 



보통은 그렇게 하지 않고 적당히 용접하는데 

그걸 어떻게 보여드리나 하던 차에 

마침 지나가다 공사 현장이 있어 사진을 찍었어요. 


모르는 분들 현장이라 멀찍이서 찍어 해상도가 좋지 않고 

사진 보정에 그리기 기능이 없어서 콕 집어드릴 순 없는데 

삼각형 트러스 밖에 삐죽삐죽 튀어나온 철골 보이세요? 


C 형강을 사선으로 재단하지 않고 짧게 뚝 잘라 

철판 조각으로 이어붙인 거예요. 

일반적으로 다 저렇게 합니다. 


저렇게 하면 

일하는 시간도 적게 걸리고 

부분적으로나마 두께가 두꺼워져서 좋다는 의견도 있는데 

나중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희는 딱 맞춰 잘라서 용접하는 방법으로 시공했습니다. 




용접도 보통은 저희처럼 필요한 부분 전체를 하는 게 아니라 

붙어있을 만큼 점으로 몇 군데 찍어요. 

그래서 바람이 세게 불면 

집이 흔들리면서 용접 부위 떨어지는 소리가 뚝뚝 나는데 

보통 그걸 집이 자리 잡는 소리라며....;; 



2017년까지는 단층 건물엔 내진 설계를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장흥이 워낙 바람이 세게 부는 곳이고 

이젠 우리나라도 지진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에 

내신랑이 X자 밴드로 나름의 내진 시공도 했습니다. 




판넬 위에 창문을 그냥 얹는 경우도 많은데 

창문 얹힐 자리마다 각 파이프를 대고 

꼼꼼하게 용접하고 

X자 밴드도 짱짱하게 대고... 


저렴하게 지으려니 예쁘게는 못하지만 

'튼튼하고 따뜻하게'라는 저희 목적에 맞춰 

아낄 거, 팍팍 쓸 거 잘 구분해 투자하면서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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