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조가 다 세워졌으니 벽체를 붙일 차례입니다.
일하는 사람이 많으면
한 번에 달려들어 후다닥 할 수 있고
각기 다른 분야의 일도 함께 진행할 수 있지만
저희는 내신랑 천일동안 님 혼자 일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순서를 정해서 했습니다.
때늦은 잦은 비로 공사에 차질이 많을 때여서
1층 천정부터 판넬을 붙였습니다.
다음으로 외벽을 붙이는데
벽체 높이에 맞춰 판넬 길이를 주문했으므로
창문 자리만 잘라내어 준비합니다.
판넬과 판넬 사이에 우레탄폼을 쏘아채우고
판넬과 판넬을 맞춰끼운 후
피스로 골조에 고정시킵니다.
이것이 판넬 제조사에서도 권하는 표준과정이지만
일반적으로 우레탄폼을 쓰지 않고 그냥 끼웁니다.
별것 아닌 이 과정이 단열에 무척 중요한데
일일이 우레탄폼을 쏘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판넬 안에 스티로폼이 있으니 괜찮겠지 해서 안 하지요.
시간이 많이 걸리면
건축주 입장에서도 건축비가 상승하게 됩니다.
건물의 모서리 부분도
양쪽 판넬을 사선으로 잘라서
벽 부분처럼 판넬 단면끼리 만나도록 하고
역시 우레탄폼으로 사이를 채워줍니다.
일하기 편하게 그냥 직각으로 잘라
옆쪽 판넬의 철판과 만나게 하면
철판을 타고 바깥의 찬 외기가 들어가게 되어
판넬의 단열 효과가 떨어지게 됩니다.
벽 모서리뿐 아니라
지붕 판넬과 만나는 부분도 이렇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야무지게 하는 시공업체가 드물기 때문에
건축주가 알지 못하면 요구할 수도 없겠지요.
내신랑이 벽체를 붙이면
저는 그 뒤를 따라가며 실리콘으로 틈을 메웁니다.
이미 우레탄폼을 쏘고 붙인 판넬과 판넬의 연결 부분,
철골과 판넬이 닿은 부분들을
안팎으로 꼼꼼하게 메웁니다.
이걸 하느라 실리콘을 몇 박스씩 샀는데
그래봐야 실리콘 가격은 얼마 안 들지만
다른 단열 자재를 또 쓰는 것에 비하면
비용 대비 단열 효과를 크게 얻을 수 있는 과정입니다.
단,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시공을 의뢰한 경우에는
실리콘 값보다 인건비가 엄청나게 많이 들 수 있습니다.;;
저희는 100t 외부 판넬 + 중간 공기층 50㎜ + 내부 판넬 50t 의
2중 벽체 구조로 설계해서 이 과정을 두 번 반복할 겁니다.
작년 12월 16일에 찍어둔 사진인데
한낮에 보일러를 전혀 돌리지 않고도 실내 온도 24도입니다.
겨우내 밤에만 보일러를 돌려서
예전 집에만 비해봐도 땔감 사용량이 현저히 줄었고
혹시 밤에 보일러 불을 꺼트려도
아침까지 22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서
추위 많이 타는 저에게는 천국 같은 집입니다.
이런 사소한 시공과정만 잘 지키면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까지는 아니더라도
난방비를 적게 들이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판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건축 기술은 날마다 발전합니다.
신자재도 계속 나오고
판넬 건축에 목조 시공방법이 적용되기도 하고...
시공업체라고 다 열심히 공부해서 시대를 따라가는 게 아니니
시공업체에 맡기시더라도 어느 정도 아시는 게 좋지만
직접 시공하시려면 공부... 엄청나게 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