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을 해보니
이 시기까지 묵은지가 남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그 묵은지가 맛있기까지 하다면 더할 나위 없죠.
그냥 먹어도 시큼하니 입맛을 돌게 하지만
좀 다르게 먹고 싶거나
신맛이 힘드시면 볶아드시면 좋죠.
묵은지를 좋아하는 크기로 썹니다.
저는 원래 김치를 세로로 길게 썰지만
볶는 김치는 옆으로, 그것도 좀 작게 썰어야 맛있더라구요.
팬에 올리브오일 넉넉히 두르고
썬 김치와 다진 마늘, 설탕 아주 조금
김치 양에 따라 1/2 티스푼 전후로 넣고
중간 불에서 충분히 볶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단 것을 많이 쓰지 않는 편이지만
요리마다 나름의 생각에 따라
설탕(백, 갈, 흑), 조청, 꿀, 각종 청(효소)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편입니다.
이런 음식에 설탕을 좀 넣으면
신맛이나 짠맛을 중화시켜주고
음식 향에 대한 인체의 지각 능력을 높여서
풍미를 더 잘 느끼게 해주거든요.
올리고당이나 물엿은
같은 역할을 하는 조청이 있기 때문에 사용할 필요도 못 느끼지만
원료인 사탕수수의 GMO 여부를 알 수 없어서 아예 안 쓰고,
설탕도 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유기농 비정제당이라는 걸 사서
가능한 적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묵은지가 거의 다 익으면
대파를 좀 어슷 썰어 넣고...
라고 쓰지만 가위로 쓱쓱 잘라 넣습니다. ㅎㅎ
몇 번 뒤적이고
취향 따라 참기름이나 들기름 조금 넣고 뒤적여주면 끝.
따뜻할 때도 맛있고
식어도 맛있고
비 오는 날 두부와 같이 먹으면 좋은
김치 볶음 완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