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에서 돌아온 후
내신랑 천일동안 님은 바로 취업을 했습니다.
연봉이 조금 오른 대신 당연히 일도 늘었습니다.
야근, 회식, 접대...
초저녁에 멀쩡한 사람 만나기가 어려웠고
내신랑도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게다가 내신랑 천일동안 님은
오래 혼자 살면서 좋지 않은 식습관으로 몸 상태도 좋지 않았어요.
40세 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사람 잡겠다 싶어서
그냥 지금 내려가자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구요.
서울에서도 세 들어 살고 있고
중소기업 연봉으로 큰 돈 모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농사 지으며 살 건데 그것도 젊을 때 가서 배워야지
나이들어 가면 몸이 더 힘들 테고...
내신랑도 며칠 생각하더니 그게 낫겠다며 동의해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 당시에 인터넷으로 시골에 내려가 사는 것에 대해
이것저것 검색을 해봤는데
그러면서 이런 걸 '귀농'이라고 부르고
사람들에게 붐이 일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때는 귀농 이야기를 블로그로 쓰시는 분이 안 계셔서
직접적인 얘기는 들어볼 수 없던 차에
충남 서천 귀농인들이 하는 1박2일 귀농설명 프로그램이 있다며
내신랑이 신청을 했습니다.
그곳에 가서 실제로 귀농한 분들을 만나
다양한 귀농 과정 얘기도 듣고
바로 입주할 수 있는 빈집에 오라는 제안까지 받았습니다.
없는 형편에 끌리는 좋은 제안이었지만
일단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장흥에 한 번 가보고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 흔한 귀농 준비 하나 한 거 없이
무작정 내려가고 보자고 결정한 것입니다.
그때의 우리는,
자본이 없으니 평생 집과 땅을 임대해서 살고
둘이 같이 농사 지어서
우리 먹을 거 해결하고
대출 갚을 정도만 버는 것에 만족하면서 살자고
시골에서의 삶을 그렸습니다.
그렇게 다시 자전거를 고속버스에 싣고
장흥으로 내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