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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집 짓기
반려견과 뜰밭을 위한 펜스 설치.
by
무니
Dec 10. 2022
네눈박이 대박이를 처음 데려올 때
개를 엄청나게 좋아한다거나 해서 데려온 게 아닙니다.
그냥 시골에서는 다들 키우는 것 같길래...
그냥 묶어놓고 밥 주면 되는 줄 알고...
개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박이를 데려온 후
개와 함께 사는 것에 대해 공부하고
어린 대박이와 정들면서
묶어두지 않아도 되
도록 담장 있는 집에 사는 게
희망 사항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집 짓고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이 좀 정리된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펜스를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시멘트 길이 있는 집 쪽에는 펜스를
산 쪽에는 철망으로 한 바퀴 둘러싸
개들을 뜰에 풀어놓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흔하지 않은 색의 펜스가 설치된 걸 보니 어찌나 멋진지
'부자 펜스'라며
우리 집 부자 같다며... ㅎㅎ
철망은 바깥 부분을 길게 흙 위로 덮어
땅을 파더라도 나가기 어렵게 만들었는데
이 부분이 시간이 지날수록 풀과 흙 등으로 덮여
더 단단하게 고정되었습니다.
펜스와 울타리로 개들도 편안하게 뛸 공간이 생겼지만
야생동물로부터 뜰밭을 보호해 주는 역할도 할 겁니다.
낮은 산에 무슨 동물이 있겠나 싶지만
고라니, 오소리는 자주 만나는 아이들이고
담비, 멧돼지에 떼로 몰려다니는 야생 개들까지 있어서
밭은 물론이고 사람과 개들에게도 위협적인 상황이 있습니다.
펜스 출입문은 남은 펜스를 이용해서 내신랑 천일동안 님이 만들고
돈사에서 사용하는 잠금장치를 달아서 사용합니다.
사진의 펜스에 긁힌 자국이 있는 것은
그새 문을 한 번 옮길 일이 있었기 때문인데...
사실 멋진 펜스 문을 같이 사두었지만
계획대로 사용하려면 다른 공사들이 이루어져야 해서
구석에서 몇 년째 저렇게 기다리고 있답니다.^^;;
아이들이 뛰는 모습을 처음 보던 날
어찌나 흐뭇하던지
동반자와 둘이서 아이들과 오래오래 뜰에 있었답니다.
제일 먼저 하노라고 했어도 1년 8개월이 걸렸는데
그동안 다섯 마리를 하루 세 번씩 산책시키면서도
제가 힘든 것보다
자유롭게 놀아보지 못하는 개들에게 미안함이 더 컸는데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답니다.
얼마 전 이번 소풍을 마친 대박이가
죽기 전 3년 동안이나마 이렇게 자유롭게 뛰며 살아보고
실내에서 반려인들이랑 같이 지내도 보다가 떠나서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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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개들 얘기를 좀 더 해보자면
시골이라고 개가 풀려 돌아다니는 것에 둔감한 분들이 많습니다.
목줄이나 묶어둔 줄이 파손되거나 해서
개가 돌아다녀도 이웃이 크게 뭐라 하지 않고
개도 좀 놀다가 집에 돌아오니
그 상황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를 생각해서 얘기해 줘야 하는데
전문가도 아닌 제가 강하게 얘기할 수도 없고
그냥 먼저 키워본, 같이 개 키우는 사람으로서
잘 단속해야 한다고 말해주긴 하는데
역시나 사람들은 새겨듣질 않습니다.
개가 풀려서 돌아다니면
남들은 사람에게 위협적인 것만 생각하지만
보호자인 우리는 개의 안전도 생각해야 합니다.
저희 집처럼 산이 가까운 곳에서는
산에 갔다가 짐승들과 싸움을 할 수도 있고
혹시 누군가가 놓은 덫에 걸릴 수도 있고
사냥철에는 사냥꾼과 사냥개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마을 쪽으로 가면
다른 개들과 싸울 수도 있지만
제일 걱정되는 게 교통사고지요.
풀렸다가도 몇 번은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렇게 익숙해지면
어느 날은 나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습니다.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소홀히 하다가 개를 잃어버리고 속상해하는 걸
공감하기도 힘든데
얼마 전 마을 앞 도로에서 아는 개의 사체를 수습할 때는
분노가 치밀더라고요.
시골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담장 없는 집이면 잘 묶어두고
산책 열심히 시켜주면 좋겠습니다.
keyword
펜스
시골
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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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니
라이프 분야 크리에이터
똘부농(똘끼 가득한 부부네 농가). 세상의 시계에 속지 않고 자기 보폭 만큼씩만 걷는 수행하는 여인네. 야생농사 짓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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