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도시 사람들이
"시골 가서 농사나 지으며 살고 싶다."라고 하면
농업을 만만하게 보고 무시하는
기분 나쁜 말로 생각한다는데
지금은 농사를 못 짓고 있지만 농사를 지었었고
현재 시골에 살고 있는 사람이 말하는 것이니
그런 의도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겠죠.^^
이 말의 역사가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상당히 오래전부터 쓰여온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관직에서 밀려나거나
권력 싸움에서 밀리거나
부당한 일에 끼기 싫거나... 할 때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짓겠다고 하며 떠났죠.
이때 "시골 가서 농사나 짓는다."라는 말은
자기 몸을 움직여 자기 먹을 것을 생산하고
자연을 벗 삼고
소박하게 살면서
성찰에 힘을 기울이겠다,
때를 기다리겠다는 의미가 있었죠.
예나 지금이나 농부는 가난하므로
이 말을 할 때는 가난하게 산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가난하지만
권력 투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마음 편하고
자연 속에서 노동함으로써 성찰의 기회로 삼겠다는...
언제부터, 누가
이 말을 농업 비하로 받아들였는지 모르지만
저는 이 말을 이런 긍정적인 의미로 보고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이 말에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으면서
마음도 편하고
도시에서처럼 혹은 그 이상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런 세상은 없거든요.
마음 편하고 널널하게 살면 돈 따라오기 쉽지 않고
돈 벌려면 죽어라 매달려야 하는 건
도시나 시골이나 다르지 않은데
그걸 둘 다 바라는 건
현실을 모르는 어리석은 욕심이죠.
그래서 저는 귀농 얘기를 할 때면
본인의 가치관부터 확립하고
준비, 과정 같은 걸 알아보라고 말합니다.
돈 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귀농과
흙이나 파면서 마음 편하게 살려는 귀농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지요.
저는 제가 긍정적인 의미로 생각하는 말처럼
시골에서 농사나 지으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