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저 혼자 있었어요.
거의 6, 7, 8월, 어제까지.
원래 장흥군과 그 인근 출퇴근이 가능한 곳에서만 일하는데
가끔 예외가 생기죠.
이번에는 가까운 친척 댁 일이라
경기도에 가서 일했었어요.
이상한 곳에 잡혀있던 것도 아니고
이삼 년 떨어져 있던 것도 아닌데
"집으로 출발했다."라고 전화하면서
코끝이 찡 해진다는 내신랑 천일동안 님입니다.
각시는 먼지 가득한 선풍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혀를 차면서
선풍기 분해도 할 줄 모르냐고 묻는 내신랑에게
저는 그런 거 할 줄 모른다고 합니다.
내신랑은 나 없으면 어떻게 살 거냐며
선풍기부터 깨끗하게 씻어 틀어줍니다.
제가 선풍기 분해를 못하긴 왜 못합니까.
눈 감고도 할 수 있지만 안 하고 버텼던 건
내신랑이 돌아왔을 때
바로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거죠.
내각시는 역시 나 없으면 안 되는구나 하고
보호본능을 충족시켜주는 거죠.^^
제가 그러는 한편 내신랑은
내가 고생했네, 돈 벌어왔네 하는 게 아니라
혼자 있느라 각시가 더 고생했다며
그동안 생긴 문제들을 얼른 돌봐주고
맛있는 거 해줘야 한다며 재료를 고릅니다.
모처럼 같이 읍내 나가면서
각시랑 함께여서 좋다고
내내 아이처럼 싱글벙글하는 내신랑.
저희는 이렇게 삽니다.
내신랑 돌아왔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