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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니크 Aug 02. 2016

안녕, 나의 천사

 누군가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화가  외삼촌이  대신 데려오긴 했는데 막상 키울 수는 없어 아이들이 많은 누이의 집에 가져오게  작은 강아지,   14년을 함께하게  우리 포미. 그동안 겪었을 고난한 삶을 나타내듯 너무 마른 몸에 털은 군데군데 빠져있고 다리는 휘어있어 볼품없던 포미는 6개월 뒤엔 윤기 나는 털과 꼿꼿한 다리, 약간은 살이 붙어 예뻐진 모습으로 변신해서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다.     


 아가를 4마리나 낳은 엄마 강아지가 되어서도 여전히 작은 , 동그랗고 커다란 , 꼬불꼬불한 하얀  때문에 언제나 애기 같았던 포미는 가끔 인생을    같은 깊은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곤 했다. 그런 순간이면 괜히 포미야 무슨 생각해? 하며 말을 걸어보곤 했다.      


 그렇게 귀엽던 포미도 점점 깨어 있는 시간보단 잠들어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걷지 못하게 되고, 병치레가 잦아지면서 우리는 이별의 순간이 멀지 않았음을 예감할  있었다.  어딘가 약했지만 그래도 계속 강하게 버텨서 아직은 이별의 때가 아니구나 하고 모두가 방심한 사이 포미는 찰나의 사고로 허망하게 우리의 곁을 떠났다.     


 마음의 준비를 계속하고 있었던 때문일까. 포미가 우리의 곁을 떠나간 ,   하루 눈물을 아낌없이 흘리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포미의 집과 물품을 정리하고, 포미의 냄새가 집에서 서서히 빠져나갔다.     


 그런데 진짜 이별의 순간은 따로 있었다. 바람에 비닐봉지가 사각 거릴 때면, 계란 후라이를 구운 날이면, 탁탁 거리는 소리가  때면 습관처럼 포미가 걸어 다니던 바닥을 쳐다보게 되었다. 비닐봉지 안에 맛있는  있을까  뒤적거리던 포미, 계란 후라이 냄새가  때면 앙칼지게 짖어   조각을 주어야 조용히 했던 포미, 발톱 소리를 탁탁 내며 짧은 다리로 앙증맞게 바닥을 돌아다니던 포미. 이런 순간들엔 포미가 세상에 없다는  다시   실감이 났다. 집안 곳곳이  포미의 흔적들인데, 집에 있는 순간들에는 언제나 포미와 함께였는데 포미를 잊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포미와 함께했던 날들엔 너무 어려서 사랑에는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철이 들고 어른스러웠다면 포미에게  잘해 주었을 텐데, 포미를 외롭게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와 회한이 밀려왔다.     


 얌전하고 순해서 천사 같았던 우리 포미. 하늘에서는 생의 말미에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모두 잊고 언제나 행복하게 지내기를. R.I.P      


P.S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 중 하나는 너를 내 배위에 앉힌 후, 소파에 누워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책을 읽는 순간이었어. 그리고 지금 그 순간들이 너무 그리워.






* 텐바이텐 감성매거진 '히치하이커' vol.53 개와 고양이 이야기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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