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니크 Nov 01. 2016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백수였던 기간을 제외해도 직장인 만 5년 차에 달하는 지금도 커뮤니케이션은 늘 어렵다. 학창 시절에야 말 안 통하는 사람은 피하면 그만이고, 먹고사는 데 지장을 받을 정도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한 것도 아니었으니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말 그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모든 회사의 거의 대부분의 직무별 채용공고에 꼭 들어가는 조건, '커뮤니케이션 능력'.


직원수 2만 명이 넘는 대기업, 채 10명이 넘을 둥 말 둥 했던 사회적 기업, 그리고 약 400명 정도 되는 지금 재직 중인 NGO까지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직장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라면 자신 있었는데... 업무의 특성상 타 부서와 협업할 일이 많은데 최근 내가 겪은 일들은 다음과 같다.


ⓒEvan Dennis/unsplash.com

# 상황 1


요즘 핵심 협업 부서의 담당자가 조만간 요청할 것이라 예상되는 업무가 있었다. 해당 업무의 진행을 위해선 준비기간이 좀 필요해서 미리 문의를 드렸는데도 한참 바쁜 시즌이라서 그런지 답변이 늦어지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받은 답변에서는 해당 업무는 타 팀에 요청드릴 예정이라서 참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일이 하나 줄어든 셈이라 좋긴 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은 왜 일까. 해당 업무가 진행되는 당일, 결국  해당 업무의 최종 진행은 내가 해야 했다.


# 상황 2


최근 협업할 일이 생긴 팀의 담당자가 처음 진행하는 일이어서 인지 해당 업무의 진행 절차와 업무 단계별 (우리팀) 담당자를 문의한 적이 있었다. 몇 번의 메일 회신과 전달이 오고 가면서 충분히 설명했고. 추가로 더 개선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안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해당 담당자로부터 같은 내용의 문의를 받았고, 다시 설명을 드렸지만 대화를 마친 후 왠지 모르게 지쳐버렸다.


# 상황 3


이건 오늘 있었던 일인데 연말~내년까지 진행해야 하는 업무가 있었고, 협업 부서 및 담당자와 사전 논의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당연히 논의했던 대로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담당자에게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서 보냈는데 담당자로부터 해당 업무의 목표를 잘 모르겠고 일정을 명확하게 정해서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다시 이야기해서 잘 해결하긴 했지만 사전에 다 논의되었던 내용인데 뭐가 문제였을까 하는 의문을 남겼다.




이 세 가지 상황을 포함하여 최근 일련의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인한 대환장파티를 겪으면서 왜 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건지 상대방을 원망하기도 하고 내 설명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나 하며 자책도 해 보았지만 다시 기억을 되살려봐도 분명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았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Ilya Pavlov/unsplash.com


1. 무조건 기록(메일)을 남긴다.


물론 회사에서 타 부서와 협업할 때에는 메일로 일정과 의견을 조율한다. 하지만 메일로 다 설명하는 게 힘들 경우 구두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 2, 상황 3) 별로 복잡한 내용도 아니고 따로 미팅을 갖고 차근차근 논의를 하였으니 당연히 기억하고 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생각이었다. 물론 나와 상대방이 한가한 때도 있겠지만 몰려오는 일들을 쳐내기 바쁜 때도 있고, 또 오가는 의견 교환 속에서 바꾸기로 했던 내용을 잊어버리고 바꾸기 전의 내용으로 기억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 3의 경우, 미팅 후 다시 한번 일정과 내용을 정리해서 메일로 공유했어야 했는데 그냥 지나친 것이 실수였다.


2.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시연(?)이 가능하다면 예시와 함께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역시 제일 빠르고 정확하다. 상황 2의 경우 담당자가 용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내가 요청하는 사항들이 정확하게 어떤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다시 이야기하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용어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내 자리에서 그 담당자와 함께 직접 모니터로 확인하며 어떤 사항들을 준비하고 요청하면 되는지 설명했다. 물론 그전에 설명할 때도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었지만 내가 간과했던 사실은 그 담당자가 당연히 알리라 했던 용어가 그 담당자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사항이었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3. 오지랖을 부린다.


직무에 따라 내가 책임지고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사항들이 있고, 굳이 내가 말 안 해도 책임은 피할 수 있지만 더 설명해주면 좋은 사항들이 있다. 나는 이런 약간의 '오지랖'이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상황인 거다.


나 : 이건 이렇게 저렇게 해서(해당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될 것들) 진행하시면 돼요.
상대방 : 네, 그렇게 해서 드릴게요.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나 : 그런데 가끔 이런저런 경우(예외 상황)도 있더라고요. 이런 경우 요렇게 조렇게(해당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반드시 알 필요는 없지만 더 알면 좋은 것들) 확인하면 더 결과가 좋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난 좀 피곤해질 수 있음)
상대방 : 아! 그렇군요.


상황 1의 경우가 이런 경우였는데, 상황 1의 담당자가 답변을 줬을 때 오지랖을 부려서 그 담당자가 업무 요청한 팀에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그 팀에서 어련히 잘 하겠거니 하고 넘어간 게 문제였다. 사실 평소에 오지랖을 잘 부리는 편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엔 좀 지쳐있어서인지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었다.



ⓒSeemi Samuel/unsplash.com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고 또 업무를 할 때 이미 잘 하고 있는 것들이라 뭐 이런 걸 굳이 다시 이야기 하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고, 또 잘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상황이 애매하다거나 아니면 어떤 이유에서라도 놓치고 가는 순간들이 생긴다.


사실 첫 직장이었던 대기업에선 메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일종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서로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말 한마디 없이 메일을 주고받는 게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를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업무 얘기를 하면서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고 친해지면 커뮤니케이션이 더 원활하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또 예시를 들며 자세하게 설명하고 오지랖을 부리면 괜히 내 업무 시간만 잡아먹고 자칫하면 나에게 일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었기에 소홀했던 경우도 있었다.


기본은 기본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입사 1개월 차의 신입이던, 10년 차의 과차장이든 간에 말이다.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상대방이 잘못한 것을 지적해서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보다 잘 설명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렇게 또 한 번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지만 아마 내일도 그 내일도 커뮤니케이션이 완벽하게 되는 순간은 오지 않을 것이다. 동료들과 서로 합을 맞추며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없앨 수는 없어도 줄일 수는 있겠지 하고 희망을 가지며 다시 하루를 시작하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나의 천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