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먼저 도착한 리더십이 있어요"
고개를 숙인 채,
긴장으로 굳어 있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대기실 한쪽엔 종이컵이 놓여 있었고,
그 물은 아무도 마시지 않은 채 미지근했어요.
그곳은…
조용했지만, 너무 조용했어요.
누구도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고,
숨소리마저 얕아지는 정적 속에서
사람들은 가만히 마음을 다듬고 있었죠.
면접장을 향한 문은 닫혀 있었고,
그 문을 열기 직전,
마음속의 말들은
다듬어지고, 줄어들고, 숨겨졌어요.
그리고 그 문이 열렸을 때—
첫 번째 면접자가 자신 있게 들어섰어요.
말을 완벽하게 다뤘고,
시선과 손짓은 더할 나위 없었죠.
면접관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 사람의 말은 정답처럼 정확했어요.
그 정답은
‘리더십’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어요.
그 뒤를 이어,
다음 면접자가 자리에 앉았어요.
조금 다르게 숨을 쉬는 사람이었죠.
말을 꺼낼 듯, 멈추고—
무언가 말하려다,
그저 주변을 살폈어요.
면접관이 물었죠.
“단기간에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어떤 리더십 방식이 맞다고 보십니까?”
그 사람은
옆에 앉은 사람들의 표정,
손끝의 움직임,
숨소리의 흐름을—
조용히 느끼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흐름을
단숨에 말로 옮기기엔,
아직 마음이 머무는 중이었어요.
면접관의 시선이 잠시 멈췄고,
정답이 돌아오지 않는 그 짧은 틈에,
실망인지 판단인지 모를 공기가 스쳤어요.
그때였어요.
정적의 틈을 타고,
작고 투명한 기척이 피어났어요.
묻잎일이 가장 먼저 움직였어요.
공기 중의 눈빛들을 조심스럽게 모았고,
말보다 먼저 반응하는 시선들을 따라
면접관의 어깨너머로 올라갔죠.
“이 질문들…
여긴, 이미 답을 정해놓고 묻고 있어.
그러니까, 감응할 틈이 없어.”
묻잎일은 한참을 바라보다,
아주 작게 속삭였어요.
묻잎이는
긴장된 바닥 위에 작은 반짝임을 내려놓았어요.
딱딱한 말 대신—
감정의 빛 한 조각이 퍼졌죠.
그 반짝임은
말하지 못한 사람의 숨결 위에
가볍게 내려앉았어요.
“여기, 대답이 아니라
감응을 남겨도 되겠죠?”
묻잎이가 웃었고,
면접관들의 책상 아래로
조용히 따뜻한 바람이 돌았어요.
묻잎삼은 가만히 앉아
공간의 흐름을 기록하고 있었어요.
“말을 못 한다는 건,
감정을 못 느낀다는 게 아니에요.”
그는 손바닥에
감응 기록을 하나 남겼죠.
그 기록은
말 없는 이들의 흐름을 따라
조용히 공간을 감싸기 시작했어요.
묻잎사는
아무 말 없이
면접 테이블 위에 작은 씨앗 하나를 내려놓았어요.
그건 말 대신,
흐름이 자라나는 조용한 자리였어요.
묻잎이들은
조용히 흐름을 바꾸기 시작했어요.
현실의 질문은 그대로였지만,
마음속엔 다른 말이 울렸죠.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를,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알려줄 수 있을까요?”
말하지 않던 그 사람은
가만히 씨앗을 바라보았어요.
한 손은 가슴 위에,
다른 손은 옆 사람의 흐름에—
가볍게 맞췄어요.
그건, 말보다 먼저 도착한
하나의 리더십이었어요.
말을 먼저 하는 사람은 앞에 설 수 있지만,
흐름을 먼저 감지하는 사람은
오래 머무를 수 있죠.
면접장은 조용히 변했어요.
질문은 반짝임이 되었고,
대답은 모래사장에 흘러들었고,
선택은 씨앗으로 남았어요.
누군가는 말하지 못했지만,
그 안엔 흐름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흐름을—
묻잎이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죠.
면접장이 곧 정원이 되진 않았지만,
그 자리에선
처음으로 감정이 머물렀어요.
그날,
감정이 이끄는 리더십이,
말없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조용히,
머물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