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잎 하나, 작아진 꿈 하나

“꿈이 작아질수록, 우리는 더 조용히 머물러요.”

by 묻잎

학교는 조용했어요.
아직 첫 종이 울리기 전.


묻잎이들이 하나둘 나타났어요.
어디선가 툭— 떨어진 듯.


햇살에 닿자, 반짝이며 숨을 쉬었죠.


묻잎일은 창틀 위로 톡,
묻잎이는 난로 옆에 살포시,
묻잎삼은 칠판 아래 조심스레,
묻잎사는 책상 사이를 천천히 지나갔어요.


그때였어요.
아이 하나의 의자 밑에서
바삭, 잎 하나가 떨어졌죠.


묻잎삼이 잠깐 멈췄어요.
“여기… 감응 있어.”
묻잎일도 내려와 고개를 갸웃했죠.


그 아이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발표 시간에도 손을 들지 않았고,
누군가 웃을 때 함께 웃지 않았고,
시험지를 받을 때마다 고개를 살짝 숙였어요.


햇살은 있었지만,
너무 조용했어요.


창이 열릴 때마다
종이 몇 장이 바스락거렸고,
묻잎이는 조심히 창가로 다가가
아이의 손등에 머물렀어요.


“심장… 조금 흔들려.”
묻잎이가 말했어요.

“아무 말도 안 하지만, 말하고 싶어.”


책상 위엔 빽빽한 문제집이 있었고,
그 옆엔 쓰다 지운 꿈의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어요.

“… 꿈이 뭐였을까?”

묻잎일이 혼잣말처럼 중얼이자,
묻잎삼이 아주 작게 대답했어요.

“… 점점 작아지는 거였어.”


복도 끝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지나갔어요.
목소리는 없었지만, 무게가 있었죠.


칠판엔 먼지가 내려앉고,
천장이 살짝 흔들렸어요.
종이 위엔 지워진 문장들이 겹쳐 있었고,
창밖으론 먹구름이 스치듯 다녀갔어요.


아이의 눈가가 조금 흔들렸어요.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아주 조금, 떨림이 있었죠.


쉬는 시간.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지만,
묻잎이들만은 옆에 조용히 머물렀어요.


묻잎이는 아이의 등 뒤에 살짝 기대었어요.
“따뜻한 거… 아직 남아 있어.”


묻잎삼은 연필 끝을 바라보다가
작게 속삭였어요.
“여기, 감정 조각… 흩어졌어.”


묻잎사는 종이 위로 팔을 둥글게 감쌌어요.
“이건… 그냥 감싸주면 돼요.”


묻잎일은 창문 틈을 살며시 닫으며 말했죠.
“이 바람… 이제 들어오지 않을 거야.”


그 순간,
지우개 옆엔 작은 잎사귀 하나가 놓여 있었고,
아주 옅지만,
누군가의 발자국이 그 곁에 닿아 있었어요.


묻잎이들은 창틀 너머에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묻잎일이 작게 속삭였어요.
“봤지? 반응했어.”


묻잎이가 조용히 웃었어요.
“씨앗… 조금 흔들렸어.”


묻잎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죠.
“다음엔, 깊은 발자국도 남길 수 있을 거야.”


묻잎사는 창밖을 바라보다 말했어요.
“응. 아직 여백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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