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마지막까지 안고 있었던 마음이 있었어요."
그녀는 울지 않았어요.
헤어지자는 말에도, 목소리 하나 떨리지 않았죠.
“그동안… 고마웠어.”
짧은 인사와 함께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가 그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어요.
‘지금 웃는 거야?’
믿을 수 없었어요.
이별을 말하는 얼굴이 저토록 차분할 수 있다는 게.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그래도 좋은 기억 많았어… 나쁘게 끝나진 말자.”
그녀는 감정이 지워진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그녀의 마음이 식었다고 결론지었어요.
울지 않는 이별은, 끝난 거라고.
그리고 그녀가 돌아섰어요.
천천히 걸어가던 그녀는, 절대 다시 돌아보지 않았어요.
이별 다음 날,
그는 혼자 방 안에 있었어요.
이상할 만큼 깨끗했고, 너무 조용했어요.
멍하니 서 있는데,
그때 벽 쪽에서 아주 작은 속삭임이 들렸어요.
“여기… 흐름이 아직… 머물러 있어…”
책상 위, 포스트잇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초코는 두 번째 서랍 :)’
처음엔 의미 없이 웃었는데, 손끝이 떨렸어요.
서랍을 열자 초콜릿 두 개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어요.
“… 그때, 말하지 않았는데…”
그가 중얼이듯 말하자,
커튼을 만지던 묻잎일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어요.
“이거… 바꿨어… 겨울 오기 전에… 햇빛 잘 들어오게 하려고…”
그는 말없이 벽 쪽을 바라보았고,
조용히 말했어요.
“내가… 그런 거 다 모른 척했지…”
서랍 깊은 곳에서 작은 메모와 약봉지,
야근한 날을 위한 준비물,
함께 보려 했던 영화 티켓이 나왔어요.
그녀가 조용히 남겨두고 간 마음의 조각들이었어요.
그는 숨을 들이켰고,
눈이 따가웠어요.
가슴이 조여 왔어요.
“그녀는 떠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내가 아프지 않게 하려고 했던 거였구나…”
묻잎삼이 조용히 말했어요.
“기록은 없어도… 기억은 있어요.”
그 순간,
그는 표현의 언어에서 한 걸음 물러섰어요.
받지 못한 것만 바라보던 시선이
받았던 것으로 바뀌었고,
말하지 않은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사랑이 흘렀던 자리가 조용히 펼쳐졌어요.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 돌아가고 싶어.
마지막으로… 안겼던 그날로.”
그날 밤,
그녀는 갑자기 그를 안아주었어요.
“왜 이래… 갑자기?”
그가 웃으며 물었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그저 어깨에 얼굴을 묻고 말했어요.
“그냥… 한번 안고 싶었어.
아무 일도 없어…”
그는 그 말을 믿었고,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어요.
그 순간,
묻잎일은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들었어요.
“… 표정이… 너무 괴로워요…”
묻잎삼은 그녀의 팔 떨림을 감지했어요.
“수치로 환산하긴 어렵지만… 감정 밀도가 짙어요.
무너지고 있는 흐름이에요.”
묻잎이는 속삭이듯 말했어요.
“온도… 너무 차가워졌어…
울고 있는 기분이야… 혼자…”
묻잎사는 말없이 그 장면을 지켜보았어요.
그녀는 안고 있었고,
그는 편안해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안아주는 동안 무너지고 있었어요.
말은 조용했지만,
표정은 울고 있었고,
숨결은 끊기듯 얕았어요.
그녀는 그날,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었어요.
그 장면은 지나갔지만,
지금 그는 묻잎이들을 통해 다시 보고 있었어요.
그녀의 진짜 표정.
그녀가 그를 안으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가 믿었던 ‘괜찮다’는 말이
무너진 마음 위에 있었다는 걸.
그는 입을 틀어막고 뒤돌아섰어요.
“내가 몰랐어…
아니, 보지 않았어…”
묻잎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우린… 말이 아니어도 느낄 수 있어요.”
이별 당일,
그녀는 말했어요.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그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전날 안아줬던 사람이
왜 오늘은 차갑게 등을 돌리는지.
“무슨 말이야?
갑자기 왜 그래?”
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묻잎일이 속삭였어요.
“… 그녀, 말할 수 없었던 거예요.
지금도… 말은 닫혀 있어요.”
묻잎삼은 그녀의 손가락을 살폈어요.
가방끈을 꼭 쥔 손의 작은 떨림.
“이건… 확실해요.
도망치려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는 거예요.
지금도…”
묻잎이는 숨결을 느꼈어요.
“숨… 너무 얕아졌어요.
완전히 혼자예요.”
그는 여전히 그녀의 말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 뭐가 문제였는지 말이라도 해줘…”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고,
조용히 고개만 숙였어요.
묻잎사는 흐름을 따라 조용히 말했어요.
“그녀는…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되려는 거예요.
그게 마지막 보호였어요.”
그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어요.
차가운 듯하면서도 떨리는 눈동자,
떨어질 듯한 입술.
그는 마침내 알게 되었어요.
그녀는 떠난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자신을 안고 있었음을.
그녀는 말없이 모든 걸 쏟아내고 있었어요.
그는 무너졌어요.
“미안해…
나는 계속… 말만 들으려 했어…”
그가 말하자,
묻잎이들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어요.
묻잎일은 속삭였어요.
“… 이제, 감응이 시작됐어요.”
묻잎삼은 수첩을 조용히 덮었어요.
“흐름이… 회복됐어요.”
묻잎이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어요.
“그녀의 마음… 드디어 도착했어요.”
묻잎사는 중심을 잡고 조용히 마무리했어요.
“지금, 처음으로
그녀의 말 없는 말을 들은 거예요.
말없이… 완전히…”
그는 조용히 앉아,
그녀의 물건들을 하나씩 바라보았어요.
안아줬던 순간,
떨리던 손,
끊기던 숨결.
그는 이제 이별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사랑을 감응한 것이었어요.
묻잎이들은 조용히 그의 곁에 머물렀어요.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된 마음.
그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어요.
그녀는 없지만,
그녀의 마지막 말 없는 말은
여전히 그 방 안을 감돌고 있었어요.
그곳이,
머무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