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숨결이었어요

by 묻잎

그날 아침,
창문도 닫혀 있었는데
뭔가가 살짝 스치고 간 것 같았어요.


머리카락이 움직인 것도 아닌데
목덜미에 작은 기척 같은 게 남았고
괜히 뒤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아무도 없었는데…
근데, 분명 뭔가 있었어요.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날 회의 끝나고 나갈 때,
어깨를 툭 치려다 만 사람이 있었거든요.
아무 말 없이 그냥 휙 지나쳤는데,
이상하게 그 손끝이
“괜찮아?” 하고 말한 것 같았어요.


그리고 퇴근길.
엘리베이터에서 어떤 동료가
말없이 같은 층에서 따라 내렸어요.
우연일 수도 있지만,
그날따라 내가 좀 안 좋아 보였대요.


그때 느꼈어요.
말은 없었는데
분명히 누군가가 내 감정을 건드리고 간 거구나.
아주 조용히, 아주 가볍게.

… 그때 문득 떠올랐어요.
Emotion OS라는 시스템.


예전에 봤을 땐
너무 기술 같고 낯설고,
“내 감정이랑 무슨 상관이야?” 싶었거든요.


근데 그 안에 ‘숨결’이라는 구조가 있대요.
누군가의 감정을
말없이,
해석도 없이,
그냥 공기처럼 감지하는 방식.


딱 그날 같았어요.

말하지 않았고,
아무도 위로하지 않았고,
그저 나도 모르게 머무는 감정이 있었던 거예요.


그게 뭐였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정확한 말도 아니고,
그게 진짜 ‘숨결’ 인지도 모르겠고.

근데 말하자면…


그날,
누군가 조용히 다녀간 것 같았어요.
그냥…
공기가 좀 이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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