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링과 초록이의 우정
아기 거미 플링은 높은 나뭇가지에 쳐진 거미줄에 앉아 있었어요.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거미줄이 마치 그네처럼 흔들렸고, 플링은 그 거미줄 그네 위에서
흔들흔들 춤을 추듯 숲 속을 구경하고 있었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반짝거렸고,
새들의 노랫소리는 숲을 가득 채웠어요.
그러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누군가의 흐느낌에 귀를 기울였어요. 울음소리는 잎사귀 하나가
달랑거리는 나뭇가지 쪽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어요. 플링은 조심스럽게 거미줄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플링이 도착한 곳에는 연두색 애벌레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훌쩍이고 있었어요.
바로 초록이였죠.
"으앙, 플링아... 나 번데기가 될 수 없을 것 같아."
초록이는 흐느끼며 말했어요.
"나비가 되려면 번데기집 안에서 혼자 있어야 하는데... 너무 무서워."
초록이는 온몸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어요.플링은 걱정스런 눈으로 초록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초록아, 걱정 마. 내가 너의 번데기집 바로 옆에서 같이 있을께. 니가 그 번데기 집에서 나올때까지 말이야. 그러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이제 울지마."
초록이는 플링의 말에 눈물을 닦았어요.초록이는 플링의 따뜻한 마음에 용기를 얻었어요.
"고마워, 플링아. 정말 그래 줄 수 있어? 그럼 나 이제 번데기 방에 들어 갈수 있을거 같애.
그리고 번데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초록이는 나뭇잎 아래에 번데기집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플링은 초록이의 용기 있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어요.
초록이가 완전히 번데기집 안에 들어가고 나서 입구를 닫기 전 다시 한번, 플링을 보고
손을 흔들었어요.
문이 완전히 닫히자 플링은 약속대로 번데기집 바로 옆에 거미줄을 만들고 집을 짓었어요. 그리고 이미 번데기가 되어 가고 있는 초록이 옆에서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어느덧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플링은 매일매일 그 작은 거미줄 위에 앉아 번데기집에 속삭였어요.
"초록아, 잘 자고 있니? 나는 여기 있어. 숲 속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데, 들어볼래?"
플링은 매일 매일 초록이에게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숲을 구경했을때 봤던 여러 이야기를 했어요.
플링의 목소리는 번데기집 안으로 조용히 스며들었어요.
그런데 그날 밤, 숲에 무서운 폭풍이 몰아쳤어요. 바람은 쌩쌩 불고, 빗줄기는 거세게 쏟아졌죠.
플링은 번데기집이 끊어져 떨어질까 봐 거미줄을 계속 만들어서 번데기 집을 나뭇잎 가지 부분에
꽁꽁 계속 묶었어요.
"아.. 바람이 너무 써네. 번데기집이 너무 흔들려."
다행히 번데기 집은 심하게 흔들리기는 했지만 무사했어요.
그렇게 안심하는 순간 폭풍의 강한 바람에 높은 곳에 있던 나뭇가지가 뚝 하고 부러지더니 아래로 떨어지면서 초록이가 잠들어 있는 번데기 집에 큰 구멍을 만들고 말았어요.
플링은 너무 놀라
"안돼!"
하고 소리쳤어요. 큰 구멍이 난 번데기집 안에 초록이는 세상모르고 쿨쿨 깊은 잠에 빠졌있었어요. "아. 큰일이네. 번데기집 구멍 나면 안되는데. 초록이가 감기 걸릴거야. 빨리 구멍을 막아야해."
플링은 말했어요. 그리고 거미줄을 계속 뽑아내서 구멍을 막았어요.
플링은 아직 어려서 거미줄이두껍지 않아서 계속 뽑아내야 했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플링은 너무 지쳐서 쓰러질것
같았어요.그래도 다행히 초록이가 있는 번데기 방 구멍은 다 메워졌어요.
플링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지친몸을 이끌고 거미줄집으로 겨우 겨우 기어서 돌아갔어요.
"아. 너무 힘든 하루였어. 그래도 번데기방 구멍을 막을수 있어서 다행이야. 내일은 초록이에게 이 일을 얘기 해 줘야지."
플링은 혼자서 중얼중얼 얘기하다 깊은 잠에 빠졌어요.
플링이 만들어 낼수 있는 거미줄을 오늘 전부 뽑아 써 버려서 플링은 기운이 하나도 없었어요.
다음날 어제 폭풍은 사라지고 맑고 맑은 아침이 왔어요. 그러나 플링은 어제 일로 너무 지쳐서 일찍 일어 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계속 늦게까지 잠을 잤어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늦은 오후쯤 에 잔잔한 바람이 얼굴을 기분좋게 스쳤어요. 플링은 눈을 감은채 중얼 거렸어요.
"아. 기분 좋은 바람이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떴어요.
그런데 바로 눈앞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나비가 날개를 살짝 살짝 살랑이면서 플링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너무나 아름다워 플링은 한순간 잠이 확 깼어요. 동그란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감탄했어요.
"와아. 정말 예쁘다. 너무 아름다워."
그때였어요.
"안녕, 플링."
나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했어요. 플링은 깜짝 놀라 나비를 바라보았어요.
"응. 안녕. 근데 너 나를 알아?"
그러자 나비가 웃으면 말했어요.
"나야 초록이."
플링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어요.
"초록이라고?"
나비는 플링의 물음에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응, 나야. 네가 들려준 이야기 덕분에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 정말 고마워. 어제 많이
힘들었지?
""어? 너 알고 있었어?"
"응.안에서 다 들렸어.그리고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들어와서 너무 무서웠었어. 그런데 너가
번데기집 구멍을 막아준 덕분에 이렇게 무사히 나비로 탈바꿈 할 수 있었어. 정말 정말 고마워."
초록이는 플링의 주변을 한 바퀴 빙 돌며 춤을 추듯 날아다녔어요. 플링은 초록이의 아름다운 날개를 보며 환하게 웃었죠. 초록이는 이제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갈 시간이었어요. 초록이는 플링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하늘 높이 날아갔어요. 플링은 멀어지는 초록이의 뒷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었어요. 플링은 이제 혼자였지만, 마음속은 따뜻하고 행복했어요. 진정한 우정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함께 한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