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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산 최규철 Oct 23. 2024

원칙과 융통성, 둘 다 필요하다

 불교에서 인생은 고(苦)라고 한다. 외롭고 힘든 인생에서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긍정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먼 (Martin Seligman) 은 행복의 페르마 모델 (Perma Model of Happiness)을 창안했다. 첫째는 긍정적 정서 (Positive Emotions), 둘째는 몰입감 (Engagement), 셋째는 관계 (Relationships), 넷째는 의미 (Meaning) 그리고 다섯째는 성취감 (Accomplishment)이다. 돈과 명예가 그가 말한 행복의 조건에 해당 사항이 아닌 것이다. 이들 요소는 동일하게 중요하며, 서로 지지한다. 페르마모델을 이해하고 적용한다면 여러분의 일상을 높여 줄 것이다. 나 자신에게 무엇을 성취하며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보았다. 설리그만은 다음과 같이 성취에 대한 예를 제시했다. 

 동물 보호소에서 100시간 봉사하거나, 행복한 아이를 양육하기, 청결한 집을 유지하는 것과 인생에서 자신이 처한 곳을 개선하기 등, 작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중시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방황한 적이 있다. 그때 슬픔과 외로움을 이겨보려 고 위시 리스트를 작성해 보았는데 30가지를 넘게 적었다. 지금까지 하나씩 실천했을 때마다 지워 나가고 있다. 얼마 전에 버크만(Birkman) 진단을 해 보았다. 그동안 내가 잘하는 일이 좋아한 일이 아니라는 결과를 보고 뜨악했다. 내가 30년 넘게 열심히 해왔던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다니 머릿속이 멍했다. 

 그래 이제 내가 남은 인생은 좋아하는 것을 해 보리라 결심하고 미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론강의와 실기를 수업료를 내가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20년 넘게 즐긴 그 좋아하는 골프가 시들해졌다. 골프채 대신 그림을 보기 시작했다. 적은 비용이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사기도 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미술의 세계에 푹 빠져서 지내고 있다. 

 60년을 사용한 육체도 이제 보일링 (Boiling)이 필요한 모양이다.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조직 생활에 매진하면서 좀 더 나 자신을 돌봤더라면 하는 후회도 된다. 코로나 19 기간 동안 건강관리를 신경 안 쓴 탓인지, 오랫동안 같은 층에서 일했던 간부들도 한 분, 두 분 아프기 시작했다. 항암 치료를 받아 써던 한 간부는 말하기를 "이제 괜찮아요, 초기 치료라서 다행입니다". 낙관적이니 안심이 된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부딪치는 일이 있다면, 아마 원칙을 지키는 것과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 사이의 판단일 것이다. 잘못된 것이 있더라도 솔직히 말할 수 없는 상황을 간부 회의 때 많은 직장인은 경험을 해 본다. 그것은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성웅 이순신에 관한 드라마 일화에 수군을 해산시킨다는 군왕(선조)의 명을 목숨을 걸고 반대하는 상황이 있다. 남들이 다 가지 않는 어려운 길을 혼자 가려는 그 결단, 즉 확신이 있기에 군왕과 고위 장수들과 맞서 대립하는 상황을 보고 그 용기에 가슴이 뭉클하다. 과연 조직에서 우리도 그러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자문해 본다. 

 최고경영진과 자신이 믿는 그 길을 그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지킬 수 있을까? 노사 간의 협상 과정에서 보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회사에서 지켜야 할 원칙인데도 때로 논란이 된다. 또한, 자기한테 불리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는 원칙을 지키지 않으려고 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일 때는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과연 그 조직의 원칙에 대한 믿음은 어떻게 될까?

 필자는 오랫동안 부하직원들에게 나를 위해서 일하지 말고 회사의 원칙에 근거해서 일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강조해 왔다. 나의 원칙이 회사의 원칙과 충돌한다면 논쟁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라고 강조한다. 나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 직원들이 조직 내에서 신뢰를 얻고 우리 부서가 신뢰를 받는 길이라고 믿었다. 부하직원들이 이러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장려해 왔다. 

 작금의 변화의 상황에서 융통성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융통성은 회사의 기업문화와 가치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하다. 대다수 사람이 공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 개인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융통성이 좌우된다면 곤란하다. 회사의 원칙에 대한 조직 구성원의 신뢰는 무너져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직에서 직원들 가운데에서도 친한 사람 또는 감정적으로 교감이 가까운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친하다고 해서, 또는 감정적으로 가깝다고 그 사람에게 회사 정책의 원칙에 어긋나는 배려를 한다면, 그 인사책임자는 자신의 소임을 다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한 퇴사자의 경우가 기억난다. 규정에 맞지 않게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로 퇴직 일자에 대하여 관대하게 처리할 것을 기대하며, 근무하지 않은 한 달 치 급여를 다 받기를 원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친한 직원이지만, 그렇다고 회사 규정에 없는 결정을 할 수는 없었다. 회사의 정책을 충분히 설명한 후, 본인이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하여 조언을 해 준 적이 있다. 그 직원은 처음에는 섭섭한 마음을 가졌다고 솔직히 토로했으나, 자신이 잘 몰라서 무리한 기대를 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가끔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우리는 원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것은 아마 원칙을 지키면 손해를 본다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경험 때문이다. 특히 요즈음 젊은 세대는 공정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못 받아들인다. 인사관리 업무중에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고 한다. 구성원이 팀장 직책을 기피하는 현상을 팀장 포비아(phobia)라고 한다. 팀실적 관리하고 평가하는 것이 힘들어서 회사에서 팀장을 시켜 주겠다는 데도 안 하겠다고 손사래를 친다. 

 어려서부터 어떤 부모가 원칙을 지키기보다는 요령 있게 사는 것이 마치 잘하는 것인 양 아이들에게 훈육하게 되면, 결국 기업이 교육훈련을 통해서 인성교육을 다시 시켜야 되는 부담을 갖게 된다. 어떤 조직의 리더가 원칙을 잘 지키고 솔선수범한다면, 그 조직 구성원들은 잘 따라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원칙이라는 것은 다수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일정한 게임의 기준을 정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소수의 이익을 위해 요령껏 적용하기 시작한다면 더 큰 혼란과 갈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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