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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산 최규철 Sep 25. 2024

얼마나 절박한 꿈이 있는가?

커리어 코칭 할 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물어보면 망설이는 고객이 있다.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서일까. 그만큼 절박하게 하고 싶은 꿈을 정하지 못해서일까. 아무튼 자기 확신이 명확하지 않아서 자신도 답답할 것이다.

 주목하는 작가의 개인 전시회에 갔다. 전시장 대표와 차담을 하던 중 조카라고 취업 준비하는데 잠깐 여기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 대표는 조카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나에게 물어보라고 했는 데 망설이길래 내가 조카에게 물었다. 원하는 게 무엇이냐고. 그녀는 공항을 대표하는 공기업에 입사하고 싶은데, 면접 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운을 띄었다. 나는 물었다. 통상 짧게 이루어지는 역량 면접에서 그 회사에서 중시하는 핵심 가치 키워드를 파악해 보라고. 그런 다음 어떻게 짧고 정돈된 답변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라고 하였다. 그녀는 무릎을 딱 치면서, 이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깨달았다고 기쁜 표정이다. 방향을 조금 잡아 준 것인데 그녀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그녀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흥분된 듯 보였다. 상기된 얼굴이었고 전시장 대표도 흐뭇하게 만족해하는 표정이다. 

 생각해 보았다. 나의 절박한 꿈이 무엇인가. 아름다운 여인을 조각한 피그말리온의 간절함이 생각났다. 그의 간절한 기도에 비너스 여신이 소원을 들어주었다. 자신이 만든 작품이 이상형의 여인으로 마침내 결실을 본 것이다. 내 꿈은 내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매년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 시 나의 한계를 느꼈다. 한국 법인에서 한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글로벌 전문가는 어려웠다. 언어가 힘들었고 해외 근무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오래전에 글로벌 최대 식품회사인 한국 지사 외국인 대표가 나에게 중국 근무 제의를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이 중국 법인 대표로 가는데, 함께 가자는 제안이었다. 나에게는 교육 부서장 직책을 맡기겠다는 뜻이다. 아내하고 상의했는데 몸이 약하고 낯선 환경에 불안감이 크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나는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현실을 고려할 때 혼자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사장에게 좋은 기회를 주셨는 데 가지 못하게 돼서 송구하다고 했다. 외국인 사장은 카리스마가 대단한 리더였지만 내 의견을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복잡한 심경 때문이었을까. 그일 직후 미국계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을 때 이직에 도전하게 되었다.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나의 꿈 때문이었을까. 해당 산업에서 선두하고 있는 기업의 다양한 조직 경험을 위해 여러 번 이직했다. 2015년 무렵 동료였던 프랑스 친구는 아시아, 미국, 유럽 지역을 거쳐 나의 인사 기능 상사(HR functional boss)로 부임했다. 거의 6년 같이 지냈다. 결국 그 회사에서 나는 글로벌 한국 법인의 한 분야의 전문가로 퇴직했다. 마치 무대에서 내 배역을 마치고 내려온 기분이었다. 

 최근에 후배 인사 책임자를 만났다. 대화 중에 성장에 관심 없는데 상사가 성장을 위해 열심히 역량 개발해야 한다고 난감해하는 직원 이야기를 꺼냈다. 그 직원은 현재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만 관심 있다고 했다. 자신이 미래를 위해서 절박하게 뭘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한다고 했다. 코칭이 아닌 상담해 주었다고 한다. 돈 모아서 해외여행 가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그 직원은 앞으로 커리어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진부하게 세대의 차이를 이야기하곤 싶진 않다. 베이비 붐 세대인 나는 성장해야만 조직에서 견딜 수 있었다. 그것이 가족을 부양하는 길이었다. IMF 이후에 직장인 사이에서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 사오정(45세 정년)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지금은 조기에 경제적 자립을 달성하여 파이어족 (F.I.R.E, Financially Independent Retirement Early)이 되고 싶은 추세이다. 절박한 꿈의 내용이 다르다.     

 지금 인생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 본다. 건강, 명예, 1등 로또 등 다양하지만, 인생 2막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인생 1막은 잘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살았지 않은가. 다른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2006년 4월 코칭에 눈을 떴다. 한 코칭 기관에서 이틀 동안 퍼실리테이터 과정도 수료했다. 조직 내 코칭이 꼭 필요한 임원을 코칭의 세계로 이끌기 위해서 해외에서 열리는 코칭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여 호텔에서 조식 뷔페를 그분과 같이 먹고 있을 때였다. 자신이 이 나이에 이 코칭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무슨 변화가 생기겠냐고 자기 방식대로 살겠다는 푸념이 계속되었다. 한마디로 코칭 가능성(Coachability)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였다.

 한국에 돌아와서 코칭 기법에 회의가 들어 코칭을 잊어버렸다. 2023년 여름에 잘 아는 코치가 다시 시작해 보라고 권유한 것은 무슨 조화인가. 퇴직 전에 인사팀장이 내가 간부 코칭하는 것을 보고 한 말이 생각났다. “선배님, 퇴직 후에 코칭을 다시 시작해 보세요, 정말 잘 맞는 것 같아요.” 비싼 수업료지만 용기를 내서 코칭 집중과정에 등록하고 나니, 내 안에 희미한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그동안 계속 코칭을 열심히 해 온 분들은 엄청나게 성장해서, 현재 코칭 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고객에게 코칭은 원하는 목표를 스스로 찾아가도록 돕는 일이다. 코칭 자격증 없이 직무상 사내 코칭 한 경험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6개월 동안의 집중과정을 통해 그 경험들이 새롭게 느껴진다. 코치 자격증을 가지고 코칭을 시작한 지금 고객 안에 답이 있다는 점을 매번 깨닫는다. 고객에게 묻는다. 원하는 꿈이 이루어지면 어떤 모습일까요? 미래의 자신이 지금 자신에게 이 상황에 대하여 어떻게 묻고 있나요? 이제 절박한 꿈을 떠올리면 미래의 나의 이상적인 모습이 궁금하다. 지금, 이 순간 의기소침한 나를 다독인다. 다시 시작한 코칭의 세계에 빠진 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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