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사회학자인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이야기한 나만의 다락방 같은 헤테로토피아가 어디인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안식처 같은 공간을 생각해 보자. 그곳은 조용한 영화관일 수 있고, 미술관이나 다락방일 수도 있다. 여행하다가 발견한 장소가 자신만의 안식처가 돼도 좋다. 굳이 명상센터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예술가들이 자신들만의 작업실을 갖는 것처럼 나도 건축가에게 부탁해서 집을 지을 수 있다면 나만의 조용한 사색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
커피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지인은 강릉에 있는 카페로 커피 마시러 간다. 그 먼 길을 좋아하는 커피를 위해서 운전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녀는 그 카페가 마음의 안식처인 셈이다. 책을 좋아하는 지인은 퇴직 후 자주 찾는 동네 도서관이 자신의 안식처라고 말한다. 새벽기도를 찾는 신심이 깊은 신앙인은 성당과 예배당이 자신만의 안식처이다. 힘들 때 템플 스테이를 해 본 적이 있다. 그때 가졌던 시간이 마음의 고요함을 가져다주었다.
성찰의 경험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가끔 면접 시에 후회되는 실패의 경험을 이야기해 보라고 한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어떻게 극복했냐고 하면 주저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우리는 모두 실패의 경험을 가지고 생활한다. 흔히 수업료를 낸다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자신과 타인의 실패를 통해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실패 콘서트라고 해서 다른 사람의 실패 스토리를 들어 보는 행사가 이색적이다. 다른 사람의 실패 경험담을 들으면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계획을 세우고 있나요?”라는 질문은 외국인들과 일하다 보면 종종 듣는다.
자전거 배울 때 넘어지는 실패가 두렵다면 자전거 타는 것을 배우는 것은 어렵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로 인정받는 파블로 카잘스는 은퇴 이후에도 하루에 6시간씩 연습했다. 어느 날 사람들이 왜 그렇게 은퇴했는데 열심히 연습하느냐고 물었다. 그 이유는 연습을 통해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첼로를 좀 알 것 같다고.
살면서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문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리더십 교육 때 기억에 남는 시간은 과정을 되짚어 보는 시간이다. 하루 5분이라도 하루의 일들을 돌아보는 시간은 내가 지키려는 루틴이다. 자기 전에 5분 명상의 시간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되고 혹은 일기를 쓰는 것도 의미가 있다. 스스로 하기 어려우면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이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피드백을 받아 보자.
요즘 기업에서는 미래의 성장전략을 그리기가 너무도 불확실하다. 어떤 경우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어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임원도 때로 구성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 잘 안 보이기 때문에 답답해하는 현실이다. 나는 이럴 땐 복잡하지 않은 미술관 전시회를 찾는다. 구석의 조용한 사색의 공간에서 나만의 생각과 상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을 가져 본다. 어떻게 그 문제에 해답을 찾는가 보다 내가 이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화가는 그림 앞에서 붓을 잡지 못하고 몇 시간씩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그러다가 일사천리와 같이 한 번에 붓질로 작품을 마치기도 한다. 끊기지 않고 막힘도 없는 것이다. 꼬여 있는 실타래 매듭을 찾아다니면 저절로 풀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격다짐으로 풀려고 하면 더 꼬이는 이치를 경험으로 알고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 시절에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나만의 안식처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