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2016년 개봉한 영화 곡성에 나오는 대사로 지금까지 내 뇌리에 남아있다. 그렇다. 이직하려는 이유. 이직할 때 항상 이 질문을 받게 된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대부분 이직할 때 이유가 있다. 나는 3가지 주요 원인을 생각해 본다.
헤드헌터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의 후보자는 연봉인상이 주 이유라고 한다. 하긴, 평생직장이 아닌 지금에는 빨리 목표하는 금액을 모아 조기퇴직하고 자기 일을 하고 싶어 하니 이해가 된다. 지금 회사에서 자신이 성장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떠난다. 기다리지 않는 다. 예를 들어 자신이 승진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승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인사담당자는 익숙하게 듣는 질문이다. "상위 직무로의 역량이 준비되어야 해요". 인사담당자는 원칙적인 답변을 하게 된다. 대부분 공기업의 경우, 승진 정원이 확보되어야 하고, 회사 기준에 적합한 승진대상자 명부에 포함되어야 심사요건이 된다. 세 번째 이유로는 상사와의 관계이다.
내가 일할 상사는 회사만큼 중요하다. 조직에 따라 순환 보직으로 인해 상사가 자주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외투기업은 전문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해당 직능(Function)에서 비교적 오래 머무르는 편이다. 경력사원의 경우 자신을 뽑아줄 상사하고 호흡을 맞추어서 일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미래가 달린 것이다. 상사하고 관계가 틀어지서 갈등이 심해지면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되고 커리어가 꼬이게 된다.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상사도 후보자를 잘 판단해야 하지만 후보자도 어떤 상사하고 일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사하고 힘든 경험을 하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유럽계 회사 연수부장(Training Manager) 역할에서 미국계 회사 인사팀장으로 옮길 때이다. 막상 입사해 보니 급여담당자 한 사람만 있고, 교육훈련 파트와 총무 파트는 분리되는 조직 형태가 되었다. 대외적으로 인사팀장 역할을 행정적(?)으로 대표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그게 아니었다. 무늬만 인사팀장 역할이라는 생각에 의욕이 확 떨어졌다. 직속상사는 나의 고충은 별 관심이 없고 자기 관점으로 일을 처리해 나갔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니 서로 단점만 보이고, 나는 성과를 내기도 전에 상사를 떠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상사도 나와 하루빨리 결별하고 싶어 하는 입장이니 조직을 위해서도 떠나는 것이 답이었다. 회사만 보고 같이 일할 상사 관계에 대하여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나의 불찰이었다. 일종의 비싼 수업료를 내고 그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오랫동안 아픔과 방황을 경험했다.
독자의 선호도에 따라 세 번째 주요 요인으로 근무지역이라고 할 수도 있다. 상사하고 관계는 어떻게 노력해 보겠으니 근무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상사 관계가 더 중요하지만.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면에서 일견 타당하다. 포괄적으로 조직문화를 꼽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지원자들은 조직 문화가 좋지 않으면 입사하지 않겠다는 조사결과도 나오고 있고,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서 퇴사하는 경우도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20% 넘는 결과를 보인다.
발타자르 그라시안 (Baltasar Gracian) 은 '"그대의 가치는 그대가 품고 있는 이상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말한다. 나의 이상은 무엇인가? 그런데 도저히 실현 가능하지 않은 허황된 이상을 꾸면 그것은 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을 가진다고 계획한 대로의 인생이 있을까? 논란거리다. 하지만 따지지 말자. 내가 만족하면 된다.
나의 경우 이직의 조건은 무엇인가?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둔 게 있었다. 그 점은 임원이 되기 전까지는 해당 업계에서 넘버원 회사를 이직의 조건으로 판단했다. 해당 산업에서 1등 하는 회사는 반드시 중요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되며, 그 점을 배우는 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점이었기 때문이다.
누구 때문에 조직을 떠나게 되면, 상황을 잠시 피할 뿐, 성장할 수가 없다. 후배들이 그런 고민을 많이 털어놓으면, 상대방의 스타일을 잘 이해하라고 조언한다. 내가 어떻게 포지셔닝을 해야 되는지. 행동의 패턴을 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직 가능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 그것은 자신이 얼마나 시장에서 경쟁력 있게 인정 (Marketability) 받을 수 있는지 하는 점과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관점을 달리하면, 자신이 노동 시장에서 얼마나 가치평가가 인정되느냐에 띠라 헤드헌터가 주목하는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