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

엄마손 후렌치 파이

by 머쓱
후렌치파이2.jpg

준비물
박력분 140g, 버터 60g, 설탕 약간, 소금 약간, 물 70g, 복숭아 잼, 졸인 딸기 퓨레 적당량.


레시피
1. 밀가루, 버터, 설탕을 볼에 넣고 버터가 작은 덩어리가 될 때까지 으깬다(버터는 차갑게 유지해야 한다).
2. 소금을 넣은 물을 붓고 한 덩어리가 될 정도로 섞는다.
3. 비닐에 담아서 냉장고에서 30분간 휴지 한다.
4. 냉장고에서 꺼내 덧 밀가루를 바르며 반죽을 밀어서 3절 접기를 한다.
5. 3절 접기를 세 번 반복한다.
6. 냉장고에 30분 더 휴지 한다.
7. 냉장고에서 꺼낸 반죽을 밀어서 편 뒤에 직사각형 모양으로 반듯하게 잘라낸다.
8. 시트 위에 반죽을 옮겨서 손가락으로 반죽 가운데를 꾹꾹 누르며 딸기잼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준다.
9. 손가락으로 꾹꾹 누른 공간으로 포크로 콕콕 찔러서 구멍을 낸다.
10. 반죽에 노른자 물을 살짝 바르고 그 위에 설탕을 솔솔 뿌린다.
11.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8분 굽는다.
12. 8분 후에 꺼내서 반은 복숭아 잼, 반은 졸인 딸기 퓨레를 넣고 다시 10분 굽는다.



딸기복숭아.jpg 딸기와 복숭아



계란 과자에 이어서 추억의 과자 2 탄입니다.

사실 저는 ‘후렌치 파이’를 떠올려 놓고 계속 ‘엄마손 파이’ 레시피를 찾고 있었습니다.

왜, 그런 적 다들 있으실 거예요. “거기 리모컨 좀 가져다줘”라고 말하면서 실제로 찾는 건 손톱깎이라든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다른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낼 때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과연 실수일까요?

저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이중 전공했습니다. 딱히 써먹을 곳이 없긴 하지만 아주 재미있었어요. 일상생활을 하는 데 유익한 지식들을 얻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아직도 지그문트 프로이드가 했던 말은 기억에 남습니다(프로이드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아요. 짧게 배워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심리학자 중에 개인적으로 좋아할 만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학기가 시작하기 전, 강원도 영월에 내려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그의 책 <정신 분석 강의>를 읽었습니다. 첫 장에서 ‘실수 행위’는 무의식이 발현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참 어렵게 말하죠?

그도 이렇게 말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는지 말실수를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국회의장이 회의를 시작할 때 “개회합니다”하고 말해야 하는데, 그만 “폐회합니다’”하고 말해버렸습니다. 이건 실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서 회의를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 국회의장의 무의식이 튀어나온 거라는 해석입니다. 실수가 아니라 그 안에 있던 욕망이 의식을 지배한 겁니다.


그렇다면 제 무의식은 무엇을 의도한 걸까요? 왜 제 입에서는 ‘후렌치 파이’가 아니라 ‘엄마손 파이’가 튀어나왔을까요? 사실은 후렌치 파이가 아니라 엄마손 파이가 먹고 싶었던 걸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엄마손 파이를 안 좋아하거든요.


또 한번 제 짧은 배움으로 적용해보면, 후렌치 파이와 엄마손 파이가 기억 속에서 가까운 곳에 '추억의 과자'로 연결되어 있어서 잘못 튀어나온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무의식이 나왔다기보다는 저장해두었던 기억을 끄집어낼 때 나타나는 오류인 것 같습니다(이건 기억심리학에서 배웠습니다). 어쨌든 프로이드도 모든 실수가 무의식의 발현은 아니라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놨습니다.


솔직히, 저는 열정적으로 탐구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왜 ‘엄마손 파이’라고 불렀는지 더 깊게 생각하는 것은 그만두기로 합니다. 그냥 ‘엄마손 파이’는 제 무의식의 외침이라고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후렌치 파이’ 말고 ‘엄마손 후렌치 파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엄마손 파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맛이지만요.
누군가 눈치채고 ‘생긴 건 후렌치 파이인데 왜 엄마손 파이가 이름에 들어갔어요?’라고 물으면 이유가 너무 구구절절해서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묻지 않았답니다.


제 생각에는 손님들도 이상한 점을 눈치 못 챈 것 같아요.


후렌치파이.jpg 엄마손 후렌치 파이







이대로 끝내기 아쉬워서 그림을 하나 더 붙입니다.

베이킹에 성공할 때마다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덩실덩실 흔드는데,

그걸 보고 저의 언니가 그려준 그림입니다.




무늬-마법의-베이킹사.jpg 베이킹 성공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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