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

잘 다녀와, 머랭

by 머쓱
고스트-머랭-2.jpg

준비물
계란 흰자 1개(30g), 설탕 30g, 슈가 파우더 30g, 눈을 그릴 초코펜


레시피
1. 계란 흰자를 강속으로 휘핑한다.
2. 설탕을 서 너 번에 나눠서 넣는다.
3. 단단해질 때까지 휘핑한다. 잘 안되면 레몬즙을 넣는다.
4. 여기까지만 해도 되지만, 더 촉촉한 머랭을 위해서 슈가파우더도 넣어서 자르듯이 섞는다.
5. 짤주머니에 넣어서 모양을 내며 팬닝 한다.
6. 10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시간~1시간 20분 굽는다.
7. 다 구워진 머랭을 꺼내서 초코펜으로 눈을 찍는다.


계란-분리.jpg


사흘 후면 언니가 여행을 떠납니다. 머나먼 이탈리아에서 자그마치 20일 동안 머무릅니다. 예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여행이지만, 막상 언니가 가는 날을 코앞에 두니 벌써부터 목 뒤에 담이 결리는 것 같습니다. 아주 뻐근해요. 언니가 떠나면 월화수목금토일, 주 7일 출근할 예정이거든요. 게다가 재고 관리도 제가 해야 합니다.


많은 둘째(혹은 막내)들이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전화로 배달음식을 주문하거나 식당에서도 주문하는 게 어렵습니다(지금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공감하지 않네요. 일반화해보려다 실패했습니다. 그냥 저는 주문을 어려워하는 몇몇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우유 주문이라니! 원두 주문이라니! 그런 엄청난 일을 제가 해낼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언니에게 ‘주문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으니, 그냥 문자 주문이라는군요. 붙잡을 구실이 하나 없어졌습니다. 이제 남은 구실은 머랭뿐입니다.


저희 카페에서는 직접 만든 ‘막머랭’을 팔고 있습니다. 짤주머니로 모양을 낸 일반적인 머랭이 아니라, 손재주가 좋은 언니가 숟가락으로 ‘막’ 퍼서 만듭니다. 제가 오늘의 스위츠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저희 카페의 유일한 디저트였습니다. 저희가 맨 처음 선보인 수제 디저트라서 애틋한 메뉴이기도 합니다.


제가 만들지 않는 이유는, 초반에 여러 번 시도했다가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드는 머랭은 막머랭이 아니라 망(한)머랭이었습니다. 세 번쯤 실패하고 나니 의욕을 잃었습니다. 그 뒤로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었는데, 언니가 떠나면 저희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막머랭이 사라지는 겁니다. 이건 큰일입니다. 막머랭은 저희 카페의 얼굴이란 말입니다! (언제부터?)


이 핑계로 언니를 붙잡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몇 날 며칠이고 이탈리아 여행할 때 입을 옷을 고민하고 밤을 새우며 짐을 챙기는 언니를 보니, 붙잡으려는 마음이 사라집니다. 저렇게 기대하고 떠나는 여행인데, 제가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되겠죠. 대신에 머랭을 만들 수 있게 연습하기로 했습니다.


숟가락으로 모양을 내는 것은 기술이 필요하니, 저는 저의 방식대로 짤주머니에 넣어서 모양을 내며 ‘고스트 머랭’을 만들었습니다. 10월은 할로윈이 있으니까, 눈코입을 그려서 유령 모양을 낸 것입니다. 언니가 옆에서 말로 코치를 해주며 만들자 성공했습니다. 그동안 베이킹을 하며 스킬이 생긴 모양입니다.


다음 날, 언니 없이 출근해서 혼자 고스트 머랭 만들기를 시도했습니다. 원래대로면 한 팬을 구웟을 때 두 봉지가 나와야 하는데, 한 봉지만 나왔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습니다.


머랭은 제 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만 두고 싶습니다만, 아직 언니가 떠나기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조금 더 연습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성공 못해도 괜찮아요.


언니는 돌아올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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