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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동료들

서로의 좋은 친구가 된 우리

by Lizzy Moon

Res Artis Conference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한주 뒤, THAV에서 발송된 초청장이 내 이메일로 전송되었다. 그 초청장을 클릭하면서 디렉터님의 보물상자 프로젝트가, 그날의 우리가, 그리고 공간의 공기들이 함께 떠올라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리고, 2025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초청 받았음을 비로서 실감했다. 특히 그들이 보낸 초정장 속 문구들에서는 나의 작업과 예술교육관을 잘 이해하고, 또 존중하는 문장들로 가득했는데 무척 감동스러웠다. 나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보낸 그 초청장은 애정, 이 단어보다 더 잘 설명될 수 없다.


무척 더웠던 지난해 여름, 한국보다 여름이 좀 더 길게 머무는 대만에서의 9월은 뜨겁고도 강렬했다. 컨퍼런스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나의 개인전을 위한 일정들을 치러내느라 무척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내며 대만을 그리고 그들을 그리워하기 보다는, 현실의 내가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느라 여념없었던 시간들을 보냈었다. 그런 내게 다정한 초정장은, 일상 속 여유를 찾은 느낌이었다.


나의 대만의 친구 그리고 동료인 그들이, 텁텁하고 끈끈한 날씨가 무척 생각나기 시작했다. 깔깔거리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눠내느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이야기하던 새벽날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마음들이 가득해 질때쯤, 지난 봄 나와 협업했었던 MoCA Taipei Team은 부산문화재단과 두번째 프로젝트를 위해 부산에 입국했고, 나는 9월의 마지막주를 그들과 함께하며 대만에 대한 그리움들을 날려냈다.


지난 9월, 대만에 도착하자마자 미술관으로 달려가 서로의 근황을 나눴기에 3주만에 다시 만나는 우리였다. 그들은 조금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컨퍼런스현장에 참여해주지 못해 아쉽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나의 워크숍에 대해 궁금해하고 또 공감해주었다. 그들은 바쁜 일정 속에서 얻은 짧은 개인 시간을 나의 개인전 전시장에 다 써버릴만큼 진심으로 나라는 사람을 독려해주고, 응원해주며 작가로서 그리고 교육가로서 나의 역량에 대한 믿음과 찬사를 드러내주셨는데 조금은 얼떨떨하고, 이내 기분이 좋아졌고 무척 감사한 마음이 가득해졌다. 나는 MoCA Taipei Team의 부산 일정에서 요청받은 일정 외에도 대다수의 일정에 참석하였는데, 그들과 함께 하는게 그저 마냥 좋았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그들은 좋은 친구이자 동료이니까.



그들이 다시, 대만으로 돌아가고.. 나는 잠시, 친한 친구들이 모두 사라진 기분을 느꼈다. 그런 헛헛한 마음을 알았던 것인지 THAV에서 내게 무척 감사한 제안을 해 주었다. 두달 동안 머물수만 있어도 무척 감사한데, 예술 교육가이기도 한 나에게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실연할 수 있는 기회도 제안해 주신 것이었다. 짧은 대화를 나누며 이내, 여러달 해외에 거주하는 내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생활비라도 벌길 바라는 디텍터의 세심한 마음이 더해진 제안이라는 걸 눈치챘다. 참 다정한 사람들.


그렇게 승락한 워크숍 제안은 이후, 공식 채널을 통해 확정 지었다. THAV에서 매해 봄, <Light Festival>이라는 큰 타이틀로 그룹 전시를 진행하는데 올해의 전시 주제는 “趖 sô,”라고 한다. 주제를 전해 듣고 조금 고민하다, 나의 개인 작업인 "자연에서 찾는 색"과도 연결 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Seeking Nature's Gifts: Whispers of the Wild >라는 제목으로 2025년 3월 28일 금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까지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 사이, 레지던시에 머무는 동안 나를 도와줄 담당자와 그녀의 어시스턴트들을 소개 받게 되었다. 그녀는 내게 공식 홈페이지에 업로드 될 나의 소개와, 레지던시에 머물며 작업할 내용 소개에 대한 글을 요청했고 여러번의 수정과 확인 과정을 거치며 2025년 1월 중순이 지날 때쯤,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되었다.

https://www.artistvillage.org/artist-detail.php?p=4957&type=&place=&q=


그 즈음, 한국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겼다. 일상의 어느날.. 문서 작업을 하느라 여념 없던 밤 내게 인스타그램 디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바로 확인하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읽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무심히 알림창을 바라봤다. 제일 마지막 문장은 "네가 대만에 확정된 일정에 오지 못해도 괜찮아" 였다. 다급함과 궁금증이 함께 일렁였고, 급히 확인한 메세지는 정말 놀라움이었다. 사실, 처음엔 메세지를 반대로 해석했었다. 한국이 아닌 대만에, 계엄이 다시 발령이 됐다고 이해한 것. 중국과의 관계성이 있기에, 그리고 한국에서 계엄은 상상도 해 본적이 없었던 이유로 내가 읽고 싶은대로 해석해버린 것.


그날 밤, THAV의 동료들 뿐만 아니라 컨퍼런스에서 만난 동료들 그리고 미술관의 친구들도 내게 안부를 묻고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려 했으며, 긍정적인 상황이 곧 일어나길 함께 걱정해줬다. 그런 상황 속,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2025년 1월 20일 입국 일정을 2월 10일로 변경하게 되었다. 지난 9월에 확정지었던 일정을 번복하는 것은 무척 수고로운 일이라는 걸 알기에, 무척 미안하고 또 감사했다. 변경된 일정 덕분에 연휴 내내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변경 전 일정대로라면, 설 기간 내내 레지던시에 나 그리고 경비원만 레지던시에 남아있을거라고 했다. 연휴 내내 적적하고 심심해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가족들이 모이는 설날에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해준 동료에게는 조금 미안했다. 그녀의 대가족과 함께하는 설날을 보냈다면, 내게도 무척 특별하고 기억에 남을 설날이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녀는 설날, 짧은 비디오와 메세지로 가족들과 함께 하는 그녀의 일상을 공유해주었다.)


내게는 마음 따뜻한 동료들이 있다. 그들은 진심을 다해 나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내게 대만의 날씨를 안내하며 다가올 일정에 맞는 짐꾸리기에 필요한 이야기를 해 주고, 레지던시의 일정이 끝난 후 가질 짧은 여행 일정에 맞춰 남부 도시 갤러리의 전시 티켓을 미리 구매해 두거나, 도착 당일 공항 마중을 나오는 동료도 있다. 나의 부모님이 2월 마지막주 대만 여행을 위해 오실텐데 그들을 위한 레지던시 내 게스트룸도 확인해 주고, 자신의 예술가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해 주려 애쓰며, 타이베이에 살지도 않으면서 놀러올 계획을 세우기도, 그들의 기획전의 전시 티켓을 보내주기도 한다. 내가 진행하는 참여형 프로젝트인 <Letter Project in Taiwan>을 자신의 단체 그리고 개인의 IG에 올리며 나의 창작 작업에 응원을 하는 동료들까지...



내게는 마음결 다정한 동료들이 있다.





After returning to Korea from the Res Artis Conference, I received an invitation from THAV a week later. Clicking on it reminded me of the director's treasure box project and the memories we shared, making me feel warm and happy. I realized I had been invited to the 2025 residency program, and the kind words in the invitation showed a deep understanding of my work, which touched me greatly.


Last summer was very hot, and September in Taiwan was intense. After returning to Korea, I was busy preparing for my solo exhibition and didn’t have time to miss Taiwan. However, the thoughtful invitation felt like a moment of calm in my hectic life.


I started to miss my friends in Taiwan, recalling our late-night conversations. The MoCA Taipei Team, with whom I collaborated last spring, came to Busan for a second project, and I spent the last week of September with them, easing my longing for Taiwan.


When they returned to Taiwan, I felt a bit empty. Sensing this, THAV offered me a chance to run a program for citizens during my two-month stay, which I appreciated. I accepted the workshop proposal, which was later confirmed. The theme for THAV's spring exhibition is "趖 sô," and I decided to connect it with my work, calling my workshop "Seeking Nature's Gifts: Whispers of the Wild," scheduled for March 28, 2025.


During my residency, I met the staff who would help me. They asked for a biography and a description of my work for the official website, which was published in mid-January 2025.


Around that time, an unexpected event happened in Korea. One night, while working, I received many Instagram DMs. One message said, "It's okay if you can't make it to your events in Taiwan." I was shocked and initially misunderstood it, thinking martial law had been declared in Taiwan.


That night, my colleagues and friends reached out to check on me and understand the situation in Korea. I decided to change my entry date from January 20 to February 10, 2025, which allowed me to spend time with my family during the holiday.


I am grateful for my kind colleagues who listen to me, help me prepare for my schedule, and support my projects. They check on my parents' visit and promote my work, showing their genuine care. I feel lucky to have such wonderful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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