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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 스튜디오

작업실 대공개

by Lizzy Moon

"리지, 오픈 스튜디오랑 아티스트 토크를 일요일에 하는 게 어때? 왜냐면, 우리의 Light festival이 토요일에 오프닝을 하니까 일요일은 축제의 첫날이기도 해서 네가 좋다고만 해준다면 오픈 스튜디오도 우리 축제의 프로그램에 추가해서 브로슈어를 만들고 싶거든". 그녀의 메시지를 읽고 잠시 생각하고 답장을 보냈다. "오픈 스튜디오 그리고 아티스트 토크가 혹시 정해진 시간에 맞춰 도착한 사람들을 앉혀놓고 내 작업에 대해 프레젠테이션하는 게 아니라면, 나는 좋아!".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답장을 다시 보내왔다. "네가 원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지? 늘 네가 내게 강조하는 유일한 포인트이기도 하잖아. 알았어. 그럼 우리는 예약 사이트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홍보하겠지만, 네가 말한 것처럼 시간을 정해놓고 작업에 대한 네 이야기를 하는 형태는 하지 않는 걸로 협의를 마치자. 그럼 사람들이 언제든 네 스튜디오에 찾아가더라도 네가 그들에게 작업을 여러 번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그녀의 염려가 무엇인지 잘 알기에 나는 서둘러 답장을 했다. "당연하지! 나 티칭 아티스트야. 사람들 만나서 내가 믿는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또 전하는 건 사실 또 다른 나의 직업인걸?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축제 기간에 대만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통역사를 배정해 준 것도 무척 고마워."


지난겨울, 우리가 생각을 나누고 결정했던 오픈 스튜디오의 일정이 다가왔다. 나를 도와줄 통역사는 일로 만난 사이였지만 이젠 나의 절친이기도 하기에, 염려할 일이 없다. 그녀는 지난가을 나의 컨퍼런스에서는 통역사가 아닌 현장 헬퍼로 참여해, 내가 어떤 흐름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영화감독이기도 한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감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다정한 시선, 그녀는 무척 따뜻하고 배려있지만 분명한 선을 갖춘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이번 오픈 스튜디오에서는 나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통역사의 역할을 해 내게 된 것도 내게는 무척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녀는 내 작업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들을 쏟아냈고, 나는 그녀에게 답변해 내며 나의 작업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우리의 대화를 듣던 THAV의 스태프들도 내가 어떤 작업을 하는지 분명히 이해가 됐다며 무척 재미있어했다. 아침마다 정원에서 한 움큼 주워낸 어떤 것들은 내겐 소중한 재료들이었음을 그들은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 의미를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됐고 무엇보다 자연물들이 물감으로 바뀐 테이블을 감상하는 게 무척 흥미롭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약속된 2시가 되자마자 어디선가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무척 진지하게 내 작업에 대한 궁금증들을 쏟아내고 또 새로운 식물을 알려주기도 하고 자신의 경험을 나에게 전해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오픈- 스튜디오. 작가의 작업실의 한켠을 열어내면,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공간을 탐색하고 공간에서 찾은 재미있는 포인트들에 대해 질문을 쏟아내는걸 작가는 듣고 적당한 답변을 찾아내기 위해 생각하며 자신의 작업 철학을 계속해서 단단하게 다듬어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오픈스튜디오가 갖고 있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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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