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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 Jul 06. 2020

2020_0706

칠월 단상

1. 요즘은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가는 곳이 늘 같기 때문이다. 아직은 코로나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올 상반기를 그렇게 지내오면서 나도 모르게 내 안의 게으름이 발현되었는지 어딜 잘 가지 않게 되었다.
파주출판단지를 걷는데 낚시하던 어떤 분이 ‘고기 있어요! 고기!’라고 외쳐서 바닥을 보니 데크에 큰 붕어가 누워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검은 물속에 물고기가 없나 눈길로 물속 그림자를 좇던 불과 몇 초 전의 나는 왜 뭍에 나온 물고기는 무서워하는가. 낯선 것은 무서운 것인가. 낯설지 않기 위해 나는 어찌나 발버둥 치는가. 익숙함 속에 특별해 보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 어차피 다 똑같은 것을. 그 부질없음을 때로 느낀다.

2. 찰나일 여유를 또 어찌 지내야 잘 지냈다 내 스스로 만족스러울까 하여 하루하루를 이도 저도 못하고 속만 타는 채로 흘려보내고 있다. 아예 휴가를 쓰고 싶지만 그러자니 할 일이 있고 그나마 지금이 가장 한가로운 때라는 걸 생각하며 내 방식대로 즐기기로 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진득하게 보는 것도 아닌 나는 한 며칠을 방황하다 드디어 마침내 집에 굴러다니던 책을 집어 들었다. 역시 나는 영상보다는 활자, 그중에서도 책이 훨씬 편안하다. #광대하고게으르게 #구체적사랑 나보다 조금 더 앞서 살았지만 거의 동시대를 살아가는, 내가 동경하던 공부를 한 사람들, 그러나 어쨌거나 여자,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에세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과연 나이 들어서라도 내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점점 의문스러워진다. 이제는 그런 생각 그만 하고 그저 많이 읽어야겠다. 남의 글에 푹 빠져 읽는 독자. 세상 가장 행복한 그 이름으로 살아보자. 그러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일상에 작은 풍요로움이라도 싹트겠지. 뭘 해도 괴롭고, 하지 않아도 무얼 해야 할 것 같아 조급증이 나는 요즘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조금은 게을러도 괜찮아. 대신 세상을 좀 더 풍요롭게 살아가려 해 보자.


3. 작년 12월부터 올해 꽉 채운 6월까지. 상반기를 한 작품과 함께했고 진이 빠졌다. 물론 약간은 좋은 성과도 있었고 한편으론 나 혼자 아쉬운 점도 있었고, 하지만 다시는 이런 좋은 현장 분위기는 만나기 어렵겠지 싶고.
늘 작품이 끝나고 나면 생각한다. 내 너덜너덜해진 마음과 단출해진 생활 패턴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자고. 내가 참 좋아하던 책을 읽고 (핸드폰은 멀리 치워두고/차마 끄진 못한다)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어릴 적처럼 그렇게 지내고 싶다고. 그때보단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어른이 되었기에 그다지 오래 집중할 수 없지만 말이다. 나는 늘 시도하다 끝날 것 같다. 그저 퇴화되지 않도록 다시금 뚜껑을 열었다 덮었다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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