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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 Mar 08. 2020

오랜만에

블로그에 올린 글 -2020.03.01-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쓴다.

잠시 칼퇴가 가능했던 시기에 들었던 글쓰기 수업, 영화 수업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마저도 온전히 끝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언제 내가 그렇게 시간이 나서 글도 쓰고 생각에 잠겨 보겠는가.

코로나 19로 인해 생전 보지 못했던 을씨년스러운 회사 앞 거리를 본다. 내가 만약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회사와 집만 오가는 요즘이기에 나의 동선은 참 단조롭겠구나 싶다.

이러다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은 요즘을 보내고 있다. 체력적으로 한계가 왔다. 아직 세트 완공은 하지도 않았고 드라마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지쳤다. 그간 해온 다른 프로그램들, 그 사이사이에 제대로 쉬지 못한 것, 무엇보다 내가 일하는 방식이 나를 좀먹고 갉아먹고 있었기에, 드디어 터질 것이 터진 것 같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이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마음은 늘 요동치고 불안하다. 늘 몸은 회사에 있지만 정말 녹아내릴 것 같은 육신을 이끌고 간신히 의자에 앉아 피로와 싸우고 있다.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한 일을 세월아 네월아 붙들고 있는 모양새다. 아! 이것은 내가 가장 싫어했던 선배의 일하는 방식이다.

그들도 지쳐서 어쩔 수 없었겠구나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그들과 같아지는 내가 너무 싫다. 52시간 근로제의 도입과 회사에서는 안일한 대응. 이대로 일을 하면 안 된다. 돈을 더 받거나, 일을 줄여주거나 해야 한다. 사람을 더 채용해서 일을 나누어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나는 참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나는 너무 지쳤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보면 그 무기력과 지치는 상황에 빠져들지 않으려고 나름대로의 노력을 한다. 개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 애를 쓰고, 환기시키기 위해 발버둥 친다. 나는 이미 지쳐서 그조차도 머나먼 일인데 어찌하면 좋지?

이렇게 사람은 피폐해지는구나 싶은 요즘, 뭐라도 해야지. 운동이라도 하자. 역시 뭐든 체력이 따라줘야 할 수 있는 거다. 아무튼 지금의 상태는 크게 잘못되어있다는 걸,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걸, 그 모든 것은 결국 나에게 달렸다는 것을 다짐해보려 여기 이렇게 글을 쓴다. 실은 일하기가 너무 힘겹고 지치고 싫어서 쓰는 글이다. 하지만 나는 극복할 것이다. 극복하고도 나중에 그리 좋은 정신상태는 아닐 것 같지만 그럼에도 흘러갈 것이다.

일말의 기운을 쥐어 짜내어 야외를 나가고 디자인을 하고 그나마 아직 내가 손대야 할 야외가 많아지지 않았음에 다행이라 여기며 버티고 있다. 그 사이에 내게 웃음을 주는 것은 결국은 한번 나간 촬영 현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사람들이다. 결국 내가 힘을 얻는 것은 여기 이 곳인데, 결국 나는 여기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밖에 없겠지. 컴백한 방탄소년단의 'ON' 뮤직비디오며 무대를 찾아보다가 '제 발로 들어온 아름다운 감옥'이라는 가사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해'도 (결국 결론은 방탄 노래에 빠졌다는 건가ㅎㅎ) 나야 그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름다운 감옥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와 닿는 요즘이다. 사실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그럴 것이다. 하는 일에서 아름다움과 기쁨도 얻고 죽을 듯 싫고 괴로움도 겪고. 하지만 결국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면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이 따라올 거고. 결국 인생은 고통이니까. 지친 몸을 이끌고 걸어갈 수밖에. 그 사이사이 반짝이는 별을 보는 것, 잠시 걸터앉아 쉴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다시 일어서야겠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과 여기 브런치에 올리는 것에 차이를 두어야 하나 싶다. 같은 글을 두 군데 동일하게 올리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다가도, 글 자체를 자주 쓰지 못할게 뻔하니까! 일단은 되는 대로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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