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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 Mar 26. 2022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손열음

2022.03.26

계속 여행을 다니니 차분히 앉아서 글을  기회가 없는  같다. 언젠가 차곡차곡 짧은 생각의 편린들이 쌓이면 글을 쓰기 시작하겠지 했는데 여행 중엔 어쩔 수 없이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간에 쫓겨 미뤄두니 글은 이어지지를 못했다.


어제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하노버에서  음악편지] 앞부분을 조금 읽었다.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이지영 지음)를 읽다가 손열음 인터뷰를 보고 그의 매력에 빠져 그가 쓴 책까지 찾아보게 된 것이다.  이제껏 손열음의 진가를  몰랐다. 그냥 유명한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대단한 인물이다. 왜 유명한지도 알 것 같다. 그리고 가장 멋진 점은 글을  쓴다는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의 글에서 피아니스트는 수학자에 가깝다는 의견을 읽은 적이 있는데, 손열음의 글을 읽다 보니 어느 정도 공감이 됐다.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에서 조성진의 인터뷰를 읽다가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피아니스트는 매우 감성적일 것 같았는데 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성적이고, 음계나 소리에 대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연주라는 것이 감정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는 고뇌와 반복 연습을 통해 기술적으로 달성해야만 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득 피아니스트는 배우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세상의 모든 일이 마찬가지의 진리를 지니고 있는  같다. 숙련된 기술과 그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적인 감성이 결합한.


주중에는 창고 정리를 하느라 노동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 이대로 아까운 시간을 보내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코로나 완치 후 더욱 강하게 든 생각이다. 아프면 소용없는데, 많이 보고 많이 다녀야지. 앞으로 주말마다 열심히 놀러 다니려 한다.(바빠지기 전까지) 그래서 서울 나들이를 나왔다. 경기도민이다 보니 서울은 대학교 때까지의 기억에 머물러 있다. 코로나로  몇 년간은  나다니지도 않았으니 요즘 서울 탐험이 새롭다. 모든 인프라가 잘 되어있지만 한편 어찌 보면 낙후되고 오래되고 좁고 복잡한  많은 서울은, 그래서  흥미롭다. 차가 막히고 복잡한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 이렇게 정신없는데 서울에 다들 살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살고는 싶다..)

물론 나도 돈만 있다면 서울에 집을 사고 싶다. 그것이 거의 불가능할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 작은 단칸방이어도  혼자  누일 곳이면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가, 너무 소박한가. 소박하다는  뭘까,  기준이 아니라 남들의 기준이겠지.

모르겠다. 아직도 철없는 나는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맛보고 경험하는  탕진하기 일쑤라,   마련은 머나먼 이라 느껴지지만 늘 관심은 가져야지.

 최근 휴가 때 숙소를 잡고 여행하다 보니 나는 결국  공간을 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 취향대로 꾸미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조용히 지낼 수 있는 공간.


요즘은 에어비앤비에 예쁜 공간들이 참 많다. 어디선가는 디지털 노마드, 그래서 사람들이 더 이상 한 공간에서 일하려 하지 않고 타지로 떠나 여행하듯 새로운 공간에서 한 달 살기 같이 지내며 일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나는 현장을 열심히 가야 하고 대면해야 하는 직종이라 그것이 불가능에 가깝지만, 짬 날 때마다 일탈하려 한다. 그것이 내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기회일 것이고 일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서점에 갔다가 ‘   영감 매대에 있어 잠깐 펼쳐보았다. 인스타로 익히 알고 있는 마케터. 정말 별 게 다 영감이다 할 수 있을 일상에서의 발견을 사진과 글로 기록해놓았는데, 별 걸 다 영감으로 캐내는 마케터라는 직업의 사람들에게 감탄하게 된다. 어쩌면 내가 하는 일도 약간 마케터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본다. 세상의 모든 것에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속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에 녹여내니까.

그간 너무 일에 찌들어서 무심하게 지낸  아서 다시금 세상에 관심을 가지려 애쓰는 중이다. 정치 때문에 격분하고 또 이대론 너무 스트레스라 여기며 여행을 떠나고…. 요즘의 나는 정신이 없다. 하지만 지금 여유로울 때 안 하면 또 언제 하겠는가. 다시 바빠지면 일에 찌들겠지만, 그때 지금의 영감 찾기 여행을 떠올리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겠고 위안을 얻을 수도 있겠지.


요즘은 글이 두서없이 자꾸 튄다. 그간 글을 안 쓴지도 오래고, 쓰고서 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래도 요즘 긍정적인 점은 쓰고 싶은 생각들이 많이  머릿속을 떠다닌다는 것이다. 충분히 쉬고 돌아다닌 덕분일까. 얼마 전 올린 브런치 글에 하루에  줄이라도 글을 쓰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자주 쓰고 싶다. 손열음도 중앙일보에  달에   칼럼을 썼고 그것이 5년간 모여 50편이 넘게 되었고 결국 책으로 내지 않았는가. 바쁜 일정 와중에 비행기에서, 공항 라운지에서  글들을 읽다 보면  대단하다 멋지다 싶다. 들어가는  손열음이 영혼쯤은 내놓아야 책을   있다고 생각했다는데 공감했다. 시간이 해결해줬다는 그의 말이 정답이다. 차곡차곡 꾸준히 썼고, 시간이 흘러 이룬 결과일 것이다. 나도 일단 많이 쓰고 많이 읽자고 다짐해본다.  책을 만드는 목표가 아닐지라도 그저 쓰자고. 요즘 그래도 글을 조금씩 쓰다 보니 좋은 점. 어릴 적 일기를 쓸 때처럼 치유받는 기분이다. 말을  때도  생각을  정연하게 이야기할  있게 된 건 기분 탓일까. 글로  생각을 한번 풀어서 배치하고 엮다 보니 정리가 어느 정도  것 아닐까. 나를 위해 쓰자. 스스로 치유 능력을 기르고, 스트레스에 좀 더 무던해질 수 있게. 그래서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 될 수 있게.   깊이 생각하고 감사하고,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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