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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의 먼지 Aug 03. 2022

책, 들여다보기 #3. 거미의 집.




 잠으로 들어가지 못해 생각이 많을 때 나 자신이 파열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한없이 분열된다. '보고싶다'와 '그립다'는 어떻게 다를까. '보고싶다'는 '그립다'보다 현실적이고 물질적이다. '그립다'는 극히 정신적이다. [거미의 집. 본문-16P ]



 나는 거미처럼 기다림의 왕이 되고 싶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사랑한 것처럼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우리는 마치 먹이사슬같다. 우표같고 편지같고 우편배달부 같은 여자. 남의 여자를 사랑하는 것은 고통이다. 그러나 그 고통은 환희이기도 하다. 나는 가끔 나 자신을 괴롭히는 그 여자를 증오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증오는 흐르는 물에 치을 뱉는 것처럼 아무 의미가 없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사랑에는 경계도 없다. 

[거미의 집. 본문-40p]




한 여자를 향한 한 남자의 기다림.

마치 거미가 숨죽여 먹이를 기다리듯, 천천히 시간을 짜고 엮는다. 그 안에는 슬픔과 고독, 한 인간의 정신 세계가 적나라하게 흩뿌려져있다.

 시와 산문과 에세이를 담은 듯한 이 기묘한 소설은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거울로 비쳐본 내면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고통은 환희이기도 하다는 남자는 스스로 고통의 구렁텅이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의 파편들을 나열해 엮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샌가 시와 마주하게 된다. 시는 사랑의 언어이기도 하다. 남자는 사랑의 언어로 여자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사랑의 어두운면을 보여준다. 남자가 그린 사랑은 축축하고 어둡고 가학적이며 서글픈 모양을 하고있다. 사랑이 한 인간을 파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끼 낀듯한 이 소설을 통해 인간과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새롭게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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