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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의 먼지 Dec 16. 2021

오늘 아침의 일.

오늘 아침은 킴톡의 병원 검진으로 내가 오픈을 맡는 날이다.

아침밥 투정을 하는 나를 위해 어르고 달래서 계란 간장밥을 만들어 주곤, 양 볼 가득 밥을 먹는 나를 보며 햄스터 같다고 했다. 음. 오늘은 '흙.파.도-흙에 파묻힌 도토리 룩'을 입어야겠군. 하고 생각했다.


 날씨도 좋고 걷기 좋은 날이라 상쾌한 기분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디뎠다. 그런데 분명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아래에 키 크고 긴 파마머리의 여자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부류는 두 가지다. 전도행위이거나, 전단지.

 하지만 그녀의 손엔 전단지가 없었기에 본능적으로 '뭐야.. 전도활동을 이렇게 일찍부터 열심히 한다고? 내가 너무 옷을 카리스마 없이 입었나? 너무 흙파도인가 오늘???' 하며 옆으로 쓱 비켜가는 찰나,

 '언니!!!!!!!!!'

하고 날 부르는 게 아닌가.... 어.. 뭐지??? 하고 요즘은 아는 척하면서 전도활동을 하나??? 하고 봤더니, 인더스트리에서 일했을 때 같이 손을 맞추어 일하던 지수였다.


 내가 노래에 맞춰 두둠칫! 춤추면 그녀도 두둠칫! 같이 장단 맞춰 춤을 춰주던 아이. 글도 잘 쓰고, 예쁘고, 유쾌하며 매력이 넘치는 똘똘한 친구. 그런데 이렇게 출근길에 마주칠 줄이야! 서울로 멀리 출근한다고 했다. 나는 오늘 잠깐 대타 뛰러 간다고 했고.

 퇴사 후 처음 마주친 거니 한 4년은 되었을 거다. 그런데 이렇게나 반가워해 주다니. 그 긴 세월이 무색하게 우린 '양손 손깍지'를 끼며 인사하고 있었다!

 

[흙.파.도] 룩. 양말이 포인트다.

 지수는 내심 기뻤고 진심으로 반가웠다. 멀리서 나를 보고 긴가민가 했다고 했다.

 그리곤 나를 기다려 준거다.


 지수는 많은 매력과 장점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특히 그 친구의 글을 좋아했다. 사실 나는 작가가 아닌 일반인이 쓴, 잘 읽히는 글을 좋아한다. 그 친구가 딱 그랬다. 친구와 함께 인스타 페이지를 만들어 매주 같은 주제로 두 편의 글을 올리곤 했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서 활동은 무기한 연기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도 기다린다고, 응원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파이팅!!! 을 외치며 짧은 만남을 뒤로했다. 매장까지 걸어가는 10분 동안 지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소중한 출근길에 나를 꼭 확인해야 할 만큼 내가 잘해줬던가? 미안한 일은 없었나? 내가 못 챙겨주거나 무신경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는데 결론은 '생각과 걱정이 지나치다.'로 마무리 지었다. 지수와의 즐거운 근무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사람이 제일 어렵다.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스치는 인연들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나는 어려운 걸 풀어가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인데, 인간관계만큼은 아니다. 

 

사람 속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알겠다고 확신하면 할수록 더욱더 미궁으로 빠진다. 너무 잘 아는 사이도 모르겠다. 사람의 마음은 유동적으로 변하고 상황들이 우리를 그렇게 만드니까. 세상이 변하는 속도보다 사람이 변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느낀다. 나는 그대로인가, 변하고 있는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가? 인간적이지 못하거나 도덕적이지 못했던 점은 무엇인가? 


 생각이 너무 많다, 지나치다고 할 테지만 그냥 나는 그런 류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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