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오 Feb 20. 2022

2021년 12번의 마무리 명상을 마치고

이제는 명상을 조금 알 것 같아



21년 나의 새해 목표 중 하나는 매 달 마지막 날 60분 동안 명상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명상 후 느낀점을 솔직하게 블로그에 기록했다.



한 달에 한 번, 한 시간 정도만 짬내는 일이라 크게 부담은 없었다.

수련(명상 및 요가)을 잘 안하는 달에는 60분 동안 앉아서 명상하는 일이 낯설고 불편했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항상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근데 그 한 달이 12번 반복되어 1년이 되고, 어느새 2022년이 되었고, 연간 계획을 모두 지켜냈다니 참 얼떨떨하다.


처음엔 명상이 난해하고 신비롭게 느껴졌다. 도인들이나 할 것 같고… 종교적이거나 영적인 명상 유튜브를 보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명상을 시작한 건 2년 전 여름, 상담심리사 선생님이 내게 명상을 추천해주셨기 때문이다. 마음챙김을 알려주는 명상 어플의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마음챙김 명상을 하게 되었다.


효과는 모르겠지만 썩은 동앗줄이라도 붙잡자는 마음으로 명상을 했다. 그러다가 나랑 잘 맞는 명상 선생님을 찾아서 그 분의 유튜브를 통해 명상을 했다. 언젠가부터 명상 후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이 들었고, 그 느낌이 찾아 꾸준히 명상을 하고 있다.


한 달을 살아낸 나에게 쉼을 주고 싶어서 마무리 명상을 시작했다.

나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사람이고 타인의 행동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라 의식적으로 생각과 멀어지고 나만을 챙기며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60분 동안 한 달간 여러 일들이 있었는데 잘 견디고, 잘 보냈다고 위로하는 시간도 갖고, 혹시 정리하지 못 한 감정이 있다면 그걸 마저 다 느끼고,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처음엔 자신 없어서 60분까진 하지 않았고, 어떤 달은 해볼만 해서 60분 했고, 어떤 달은 몸이나 정신이 피로해서 30분만 한 적도 있었지만 어쨌든 시기와 상황을 막론하고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이제는 마지막 날에 60분 명상 안 하면 좀 어색하다. 다음 날이 1일이 아니라 32일인 느낌이다.


60분 동안 명상을 하다보면 이 이상한 기분의 정체를 알 때가 있다. 내 뇌가 보내는 신호의 의미를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정체는 외로움, 슬픔, 질투심, 두려움 등 다양하다.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나는 나를 좀 파악하게 된다. 너 이래서 지금 이런 상태구나. 너는 이런 사람이구나. 그리고 나는 지금 이걸 원하고 있구나. 하고 나를 평가 없이 바라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이해받기를 원하는데, 내가 나를 이해해주면 그 이해받는 순간이 되게 후련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기분은 타인이 아니어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복잡한 생각과 감정이 계속 들 때, 명상을 하고 나면 그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원래 감정이나 생각은 계속 흘러간다. 불쑥불쑥 튀어나오긴 하지만 그것도 냅두면 금방 사라진다. 사실 내가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이다. 명상을 하면 그 붙잡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 다 지난 일이구나. 당장 일어나지 않지 참. 하고 놓아버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게 힘들었다. 나는 신경쓰이는 일은 붙잡고 단판을 내서 결론을 지어야 하는 사람이고, 냅두면 그게 또 일어나서 나를 골치아프게 만들 거라고 생각했다. 내버려 두는 건 문제를 방치하고 회피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내버려둬도 그게 또 일어나서 나를 골치아프게 만들진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 그리고 또 일어나도 골치 아픈 일은 아니고 그 때의 나를 믿으면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히려 나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수용하지 못 하고 (해결하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려고 함으로써) 거부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 나를 많이 달래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불안과 우울에 뇌가 익숙하면, 뇌는 그 기분을 자주 느끼려고 한다. 반대로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경험하는 기능이 약화되었기 때문인데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경험해줌으로써 새로운 감정의 연결을 만들어줘야 한다. 명상을 하다보면 뿌듯하고, 감사하고,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러다보니 나를 긍정할 수 있고, 통찰하는 시간을 갖다보면 내가 지금 듣고 싶은 말을 발견해서 해줄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이야길 듣고 울컥할 때도 있다.


집중력을 높일 수도 있다. 집중을 방해하는 여러 감정들을 보내주고, 다른 생각이 들 때도 그 생각을 보내주고 하다보면 지금 내가 원하는 것, 해야하는 것에 대한 시야가 선명해진다. 그러다보면 행동력이 올라간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 나에게 주고 싶은 것을 내가 주기 위해서 행동하게 된다. 내가 더러운 방에 있으면 내 몸이 나빠지고 기분이 안 좋기 때문에 방을 청소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긴다.


리드에 상관 없이 한 달 동안의 소감을 혼자 생각하기도 했다. 이런 일 있었는데 참 잘 견뎠다. 성숙한 방식으로 불안을 다뤘다. 그리고 참 즐거운 일이 많았다. 어떤 날은 참 행복했다. 등등.. 다음 달도 이런 점을 지켜가면서 잘 보내자. 다짐도 한다.


마무리 명상이 있어서 우여곡절 많았던 21년을 잘 보낼 수 있었다. 내가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고, 능력 있다는 걸 마음으로 깨닫고, 내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22년에도 마무리 명상을 이어가면서 좋은 시간을 꾸준히 가질 예정이다. 사랑을 많이 나누며 살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가짜 글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