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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ㅏ Sep 30. 2023

두 조언자

EP9: 두 개의 조언과 하나의 답

두 조언자


 시끄러운 말소리가 들려온다. 루나의 시선이 향한 곳은 펭귄을 사이에 두고 두 유령이 싸우고 있었다. 고민이 많은 듯한 펭귄을 둘러싸고 두 유령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파란색 유령은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고, 붉은색 유령은 차분히 펭귄을 설득하고 있었다.


 “너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남들에게 휘둘리는 삶을 살면 안 돼.”

 “타인을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 남들이 뭐라고 하는 건 이유가 있어서야. 남의 말의 귀를 기울이는 게 좋아.”


 펭귄은 별 다른 대꾸가 없는데도, 양옆에서 두 유령이 끊임없이 재잘댄다.


 “자신의 한계를 규정짓지 마. 한계를 규정짓는 순간 너는 그 한계 속에서 살아가게 될 거야.”

 “메타인지가 중요해.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명확하게 알아가는 건 중요해.”

 “옛말은 너무 낡았어.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사는데, 예전 가치관으로 살아가긴 힘들어 새로운 시대로 가는 마인드를 갖춰야 해.”

 “옛말만큼 좋은 게 없지. 시대를 타고 살아남은 불변의 진리를 익혀. 시대는 변해도 인간이 중요한 가치는 변하지 않아. 고전이 인기 있는 이유지.

 “침묵은 금이다. 굳이 나서서 내 생각을 말할 필요 없어”

 “말하지 않으면 귀신도 몰라.”

 루나는 보자마자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큰 고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루나는 재잘대는 두 유령을 무시하고 펭귄에게 향했다.


 “안녕? 나는 루나야. 펭귄아 너 고민이 많아 보여.”

 “맞아. 사실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데 보다시피 나에게 관심 있는 유령이 많아서 고민이 두 배가 되었어.”


 두 유령은 그새를 못 참고 끼어들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해야 해. 헤프게 관계를 맺지 마!”

“새로운 손님은 언제나 환영해야 해.”


 “나도 너의 고민을 잘 알 거 같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우리 세상에선 한 명의 선대가 조언자로 붙잖아?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나에겐 두 유령이 멘토로 붙었어. 문제는 두 유령이 너무나도 다른 경험을 했다는 거야. 생각이 너무 달라서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지 모르겠어!”


 루나는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눈치챘다. 두 유령을 보자, 경쟁하듯 파란색 유령이 말한다.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내 말을 들어야지. 사업에도 성공하고, 부와 명예를 갖춘 내 말을 들어야지.”


 붉은색 유령은 질 수 없는지 바로 끼어들었다.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내 말을 들으면 좋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서로 존중하는 사회를 위해선 내 말을 듣는 게 좋아.”


  한 번 불이 붙은 싸움은 꺼질 줄 모르고 커졌다.


 “고통이 자신을 성장시킨다. 여러 가지 경험해 봐야 한다.”

 “직접 겪지 않아도 고통 없이 책으로 성장할 수 있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는 것은 중요하다.“


 “시작이 반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니 무엇이든 해보는 게 중요하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한다.”


 “꿈은 이루어진다.”

 “허황한 것에 매달리지 마라.”


 듣다 못 한 펭귄이 소리를 지른다.


 “그만! 알겠어요!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펭귄이 외치자 두 유령이 조용해졌다. 루나는 펭귄의 고민을 공감하며 말한다.


 “명언과 속담은 분명 의미 있는 말이지만, 상황은 항상 달라지기에 절대적이지 않아. 그걸 모든 곳에 적용하는 건 힘들지. 심지어 저 두 유령의 말은 대치되잖아!”

 “맞아 두 유령 모두 내가 존경하는 선대 유령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어. 또, 네가 진리는 없다고 말했지만, 분명 모두 의미가 있고 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말이야. 진리가 아니라고 해서 의미 없는 말은 아니지.”

“이건 어때? 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쪽의 말만 듣는 거지.”

“그럴 수 없어. 두 분 다 나를 위해 이야기 해주시는걸.”

“그럼 필요할 때마다 듣는 유령을 바꾸는 건?”


펭귄이 아닌 유령이 말했다. 


 “그것도 방법이지만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네.” “이미 죽은 사람 기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니 피곤한 세상이구먼. 그리고 애초에 너 자신의 삶을 살면 되지 왜 남의 조언에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 어차피 혼자 사는 삶 답이 없는 삶에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꿈을 이루려고 하면 되지.”


 루나는 잠시 고민했다. 세상에 다 맞지도 않는 조언을 들어야 하고, 하나의 말만 들을 순 없고, 귀신의 기분까지 맞춰줘야 한다니. 그냥 유령들을 없애 버릴지 고민하다가 갑자기 문제가 터졌다. 펭귄이 연인에게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았다. 펭귄을 충격을 받았는지 자리에 앉아 넋을 놓았다.


“그런 사소한 걸로 고민하다니.”


루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유령은 바로 조언을 시작했다.


 “어차피 새로운 여자는 많은데 이미 지난 인연에 마음을 투자하지 마.”

 “지난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해. 너를 소중히 했던 사람을 잡아. 다시 잘해줄 수 있어.”

 다시 두 사람의 조언이 시작됐다. 그냥 마음에 가는 대로 하는 것도 답이지만, 펭귄은 아직 조언이 필요해 보였다. 그렇지만 한 쪽의 말만 들을 수 없으니까 고민하던 중 루나는 묘안을 냈다.

 “두 사람의 말을 다 들으면 되잖아.”


 펭귄은 가만히 있다가 루나의 말에 솔깃했다.


 “어떻게?”

 “지난 인연에 마음을 너무 쓰지 않되, 소중함을 느끼면 되지. 그러니 다른 사람을 찾는 마음을 유지하면서, 지금 헤어진 연인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거지.”


 루나는 말이 한 번 뚫리니 펭귄의 고민을 해결할 답이 생각났다.


 “너 자신의 삶을 살고,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지만, 타인을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 말엔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되, 메타인지를 하면서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명확하게 알아가. 또, 옛말을 너무 맹신하지 않되, 중요한 말들은 새겨들으면 돼. 침묵하지만 필요할 땐 말하면 되잖아.”


 루나는 어쩌면 당연할 수 있는 말을 했다. 그러니 펭귄과 유령은 납득했다.


 “그렇구먼. 이른바 중용이라는 거지.”

 “내가 너무 내 생각만을 고집했구먼,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걸 왜 모르고 있었구먼.”


 펭귄도 한 마디 덧붙였다.


 “고마워. 두 개의 조언이 상충하는 게 아니라 하나로 융합되는 거네. 나는 고민거리가 늘어난 게 아니라. 더 큰 도움을 얻은 거네.”

 “맞아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살지 마.”


 루나는 속담, 명언이라고 다 옳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자신의 삶은 자신이 정하는 게 좋지만… 그래도 어쨌든 펭귄에게는 조언이 필요해 보이고 중용의 개념을 알았으면 됐다고, 고민을 해결해 줬다는 뿌듯함으로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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