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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ㅏ Aug 30. 2024

아름다움의 세계

EP12: 예술과 일상 사이에서


 루나는 박물관에서 눈을 떴다. 온갖 아름다운 예술품과 장식품, 화려한 과거의 유산이 얇은 유리 벽 뒤로 전시돼 있었다. 화려한 장신구처럼 첫눈에 봐도 아름다운 물건과 역사적 의미를 모르면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자그마한 돌 등 종류 불문 진열된 물품들에 루나는 정신을 뺏겼다. 박물관에 있는 큐레이터를 따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그들은 예술품을 보며 철학을 논하고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루나는 그들 사이에 살며시 끼어들어 함께 거닐며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했다.


 관람객들은 호사가였는지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이런저런 지식을 뽐냈다. 직관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을 봤을 땐 루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씩 덧붙였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이나 물건을 봤을 땐 할 말이 없었다. 예쁜 사람이나 도시의 풍경을 보며, 루나가 아름답다고 말하자 사람들은 이 그림이 어떤 기법을 사용했고, 어떤 이야기를 담았으며 작품 외적이나 작가가 가진 사연을 읊어댔다. 어떤 작품은 단순한 선과 점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어떤 작품은 무작위로 흩어진 색깔들로 가득했는데, 루나는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특히 루나는 한 작품 앞에서 멈춰 섰다. 그것은 커다란 캔버스에 검은 점 하나가 찍혀 있는 그림이었다.

 

“이게 뭐지?”

 루나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혼잣말을 했다. 그때 한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이건 현대 예술이야. 예술을 배워야 이런 걸 이해할 수 있지.” 


 그러곤 이건 단순한 점이 아니라 세상의 울림을 담은 작품이며,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고된 삶을 살았고, 투쟁의 증거로써 작품을 냈다고 했다.


“하지만, 그냥 점을 찍었을 뿐이잖아. 이건 나도 그릴 수 있을 걸?”


 남자는 질색하며 말했다. 


“이래서 예술을 모르는 사람은 안 되는 거야.” 


 남자는 다시 작품에 대한 찬미를 이어갔다.


 루나는 그 남자의 잘난 척하는 말투에 짜증이 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곤 더 이상 그림이라고도 할 수 없는 물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바닥에 놓인 안경, 한 입 베어문 사과, 변기. 사람들은 예술에 대한 풍자로 아무것도 아닌 사물을 예술인 것처럼 묘사하여 예술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행위로써 표현했다며 감탄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역사적인 물건이라면서 돌덩이를 두고 세상의 시작에서 현재의 문명이 있기까지 효시로써 존재하는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고 하고, 썩은 나무 기둥과 금제 귀걸이를 보곤 과거엔 살아가는 집터보다 당장 보이는 겉치장에 신경 쓴 증거이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검소히 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설명문을 보았다. 루나는 물론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진심으로 감흥하지 못했다. 어찌 됐든 그 시대를 살아온 적 없는 사람들이 그냥 끼워 맞춘 이야기일 뿐 아닌가. 기둥은 사연이 있어 썩었을 수 있고, 귀걸이를 겉치레 때문에 썼다기보단 그냥 저 사람이 잘 산 것일 수도 있고, 그저 귀걸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루나는 헛소리와 다른 세상에서 왔기에 당장 받아들일 수 없는 역사적 해석에 질려 박물관을 나왔다. 박물관 밖은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져 있었다. 푸른 잔디밭 위에 만발한 꽃들, 나비들이 날아다니며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루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말했다.


“정말 예쁘다.”


 그러나 다른 관람객들은 별다른 호응 없이 다시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서로 예술에 대한 지식을 뽐내며 논쟁을 벌였다. 루나는 답답함을 느끼며 혼잣말을 했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걸까? 자연의 아름다움은 이렇게 단순하고 명확한데…”


 루나는 자연 속에서 잠시 머물며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그녀는 예술과 철학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단순한 아름다움이 더 큰 위로를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물관으로 돌아온 루나는 관람객들에게 말했다. 

“다들 밖으로 나가봐요. 밖이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자연이 비추는 풍광을 받아 풀잎 사이로 피어난 자그마한 민들레 위 나비가 앉아 있어요!”


 그러나 다른 관람객들은 들은 체 만 체하며 예술을 논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아름다움이야!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런 흔해빠진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이 인정하고 예술적인 가치가 있어야 하는 거야! 아무나 즐길 수 있는 그런 건 아름다움이 아니야!”


 사람들은 한 가지 작품 앞에서 또 서로 예술에 대한 지식을 뽐내며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루나는 답답함을 느끼며 사람들 사이로 갔다. 사람들이 보고 있는 건 루나가 벗어두고 간 신발이었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새로운 예술이라며 자신들의 지식과 식견을 뽐내기 시작했다. 작가의 의도부터 신발이라는 물체를 박물관 한가운데 둔 이유를 분석했다. 예술사와 미술사, 현대미술까지 끌고 와 철학적인 담론을 시작했다. 그러고는 서로 자신들의 지식을 뽐낸 것에 만족하여 떠났다.


 “사람들은 예술을 즐기려는 게 아니라 그냥 자신들만 아는 기준을 만들어 놓고 잘난 척이 하고 싶었던 것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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