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해지면 편해지고 편해지면 장난을 친다. 별 문제없는 이야기지만, 배려가 없으면 큰 문제가 생긴다. 너무 친하기 때문에 서로의 역린도 잘 알고 있고, 어쩌면 선을 가볍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도 친한 친구에게는 장난을 자주 친다. 서로 장난임을 알고 상처받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거리낌 없었다. 그렇지만 가끔 장난이라는 방패를 세워 심한 말도 하곤 한다.
인간은 항상 긍정적일 수 없다. 나는 친구가 힘들 때도 ‘절친’이라는 이유로 장난을 쳤다. 사고를 내서 심란한 친구에게 유머랍시고 친구를 웃기려고 했다. 웃길 땐 웃기고, 진중할 땐 진중했어야 하는데. 친하다는 생각으로 힘든 것보다는 재미만 생각하려고 했다. 힘들 때 따듯하지 못했던 나의 장난의 실망한 친구는 크게 실망했다.
칭찬과 사과, 위로는 어렵다. 그렇기에 친구로서 해줬어야 하는 말이 있다. 애석하게도 나는 간단한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항상 웃기는 것뿐만 아닌, 존중하고 배려해 주는 것도 친구의 역할이란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늦게라도 알았기에 나는 요즘 좋은 말을 하려고 하고, 까내리는 말은 자제하려고 한다.
고슴도치 딜레마라는 이론이 있다.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철학이다. 고슴도치는 겨울을 나기 위해서 서로가 필요하지만, 배려 없이 너무 가까이 붙으면 서로를 찔러버린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이 세상을 위해 남이 필요하다. 같이 살기 위해선 배려를 해야 한다.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가시에 찔리지 않기 위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가시를 눕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싶다.